서면질의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지만 이번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주문은 정파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선 표면적으로는'법대로'기류가 강하나 내부적으로는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및 구속'등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강경하게 흐를 경우'역풍'이 불 수 있음을 걱정하는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불교방송에 출연, "전 대통령으로서 특권을 누려야겠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를 통해 항변하지 말고 일반인과 똑같이 사법절차에 따라가야 하며 그것이 본인의 정치철학에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서 보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방문조사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할 필요가 없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해서도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면 노 전 대통령이 기도하는 대로 동정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강경 일변도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난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서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2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나 국민적 시선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사방법도 방문조사가 옳고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노영민 대변인은 같은 날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역사가 돼 버렸다"며 애써 핵심을 피해가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이회창 총재가 17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박선영 대변인도 22일 "예우를 갖춰야 하는 만큼 일단 서면조사를 한 후에 소환조사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예우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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