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정부가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 깊다. 환란 이후 최악의 성적표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부의 당초 전망치를 미약하나마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비관적인 전망으로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최근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반영해 수정 전망한 올해 경제 성장률은 –1.9%.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을 하고, 전분기 대비로는 제자리 걸음(0.0%)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비록 속보치여서 오차 범위 내에 있기는 하지만, 24일 발표된 1분기 실적은 정부 전망을 다소 웃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2%포인트, 그리고 전분기 대비로도 0.1%포인트 더 좋게 나왔다.
이 추세라면 IMF가 불과 이틀 전에 내놓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4.0%)은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가장 비관적으로 봐서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내내 전분기 대비 0% 성장을 지속한다고 해도 연간 성장률은 –3.6%를 기록하게 된다"며 "기저 효과나 경기 회복세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MF 전망이 맞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IMF가 전망한 것처럼 올해 성장률이 –4.0%가 되려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5~–1.0%에서 움직여야 한다.
당초 IMF보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에 대해 더 비관적인 전망(-4.8%)을 내놓았던 씨티그룹이 최근 우리 정부 전망치 수준(-2.0%)으로 수정한 데 이어, UBS도 이날 –5.0%에서 –3.4%로 상향 조정한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는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정부가 쾌재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정부는 경기 해석에 상당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반응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금융경영인 조찬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로 0.1% 올라간 것은 미세한 수치이지만 좋은 시그널로 봐야 한다"면서도 "계절적인 요인이 있고 전년 동기 대비로 –4.3%라는 것은 아직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끝나봐야 비로소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성급한 경기 판단을 경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하강폭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작년 4분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있는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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