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용인대를 졸업한 김지원(27)씨는 요즘 하루 4시간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 5명과 함께 3월 창업한 회사가 부쩍 바빠졌기 때문이다. 몸도 지칠 법 한데 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회사는 'OTB 크리에이티브'. 언뜻 보면 대단한 의미를 담은 영어약자 같지만 OTB는 '옥탑방'의 약자다. 옥탑방에 모여 사업 아이디어를 짜고 방향을 잡던 그때 그 열정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이름 붙였다.
사실 김씨 등도 졸업을 앞둔 여느 대학생들처럼 취업 고민이 많았다. "실업자 100만 시대, 대학 졸업생 2명 중 1명은 백수라고 하고 주변에서 취업준비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친구들을 보면서 회의가 들었어요. 사회로 진출한다는 기대보다 걱정과 불안이 앞섰죠."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김씨가 4학년이던 지난해 4월, 용인대 경영학과 스티븐 볼렌(49)교수 주관으로 창업자 모임을 가졌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며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사업을 궁리하다 아이템을 '광고'로 잡았다.
그러나 만만찮았다. 광고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소규모 업체가 명맥을 이어가기에 현실은 너무 가팔랐다. 관련 서적 등을 탐독한 끝에 미국에서는 성장 중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자리잡지 못한 미국 '애로 애드버타이징'사의 '대안 옥외 광고기법'을 알게 됐다.
이는 일정 크기의 사인보드에 광고문구를 삽입한 뒤 스포츠 경기장이나 거리 등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극대화화는 기법이다.
현재 OTB는 CJ올리브영, 금호렌터카 등 여러 업체와 광고계약을 협의 중이다. 김씨는 "첫 직장이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열정을 갖고 일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의 도움도 컸다. 창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고, 여러 정부기관과 중소기업 관련협회 등을 찾아 다녀봤지만 냉담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사실 기대를 안 했어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자리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문 창업상담사의 정확한 정보와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김씨 등은 2월부터 전화와 방문, 인터넷 등을 통해 수시로 창업절차와 재무회계, 자금운용 등 전반적인 경영지도를 받은 끝에 3월 창업에 성공했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안석진 일자리지원담당관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젊은 혈기로 똘똘 뭉친 친구들이었는데 창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면서 "좋은 사업 아이템을 잡아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월 말 중구 프레스센터 5층에 문을 연 일자리센터는 전문상담사 17명이 배치돼 취업ㆍ창업 상담을 하고 있으며, 구직ㆍ창업 희망자나 채용을 원하는 기업은 센터 홈페이지(job.seoul.go.kr)를 참고하거나 전화(02-1588-9142)로 문의하면 된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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