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위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의 파산설이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24일 "크라이슬러가 부채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협상하고 있으나 의견 차이가 크다"며 "미국 정부가 제시한 크라이슬러의 경영 정상화 방안 제출 마감 시한인 30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크라이슬러와 채권단의 요구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며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은행, 헤지펀드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크라이슬러에 쏟아 부은 자금 69억달러(약 9조 2,000억원)를 45억달러로 경감하는 대신 회사 지분(주식)의 45%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는 부채를 15억달러로 줄일 것으로 요구하는 한편 지분도 5%만 줄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파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양보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양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의 숀 모건 대변인은 "향후 닥칠 모든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가 크라이슬러에 다음주까지 파산보호신청(챕터 11)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재무부가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경우 퇴직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은 유지하기로 전미자동차노조(UAW)측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제휴 성사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추측"이라고 말했다. 또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크라이슬러의 파산이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NYT의 보도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채권단은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 합병할 경우 피아트 지분을 달라는 추가 요구를 했다"며 "재무부는 채권단이 고통 분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크라이슬러 파산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 재무부는 이미 지원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아트는 1월 크라이슬러의 지분 35%를 인수했다.
한편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는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량 조절을 위해 미국, 멕시코 등 북미 지역의 13개 공장을 임시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장 폐쇄는 5월부터 두달간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자동차 생산량 19만대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미 정부는 GM에 대해 다음달 31일까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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