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남측 기업들과 맺은 개성공단 관련 각종 계약을 전면 재조정 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개성공단이 공장가동 5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더구나 최근 7~8개 입주기업이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철수 여부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어 자칫 입주기업의 대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북측이 2004년 남측 공동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ㆍ현대아산과 맺은 계약의 전면 수정을 주장하고 나선 데는 남북 간의 관계 악화 외에도 경제적인 요인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북측 노동자가 받는 최저 임금은 월 73달러로, 사회보장비용까지 합쳐도 월 85달러를 넘지 못한다.
반면 중국 노동자의 월 임금은 최근 급격히 올라 업종에 따라서는 월 200달러를 훌쩍 넘는 경우까지 있다. 더구나 남북 간에는 연간 5% 이내에서만 인상이 가능하도록 계약돼 있어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토지사용료를 6년 앞당겨 받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4년 남측 공동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을 50년 임대하는 조건으로 1,600만 달러를 북측에 지불했다. 그리고 별도로 건물 재산세는 건물가격의 0.1%를 2009년부터 납부하고, 토지 사용료는 10년간 유예해 2014년부터 받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북측이 이번에 요구한 것은 이 중 토지 사용료를 내년부터 앞당겨 받겠다는 것이다.
북측은 남측과 맺은 토지사용료와 건물 재산세도 중국과 비교하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은 양측 관계가 소원한 상태에서 현대아산 직원까지 억류하고 있는 유리한 국면을 십분 활용, 자기들에게 불리한 계약을 바꿔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북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영세 기업이 대부분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개성 엑소더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남북 관계 악화와 경기 불황을 이유로 7~8개 입주업체가 토지공사에 공장 철수 여부를 상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유일한 혜택이었던 낮은 임금과 토지 사용료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업체들로서는 굳이 잔류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 사용료를 올릴 경우 상당수 업체가 철수할 것"이라며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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