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현금과 상품권 4억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사업과 관련한 각종 청탁을 받고 관계 공무원들을 접촉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06년 말~2007년 중반 박 회장측 인사들과 수 차례 접촉하면서 경남은행의 지분 매수와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은 관련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들과 박 회장의 면담을 주선해 줬다.
베트남 화력발전소 진출과 관련해서도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의 사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그는 2006~2007년 박 회장으로부터 "범 정부적 차원에서 사업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료 비서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앞서 2005년 1월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사돈 김정복씨가 후보 중 한 명으로 추천된 국세청장 인사추천위원회에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의 금품 수수에 직접 개입하거나 박 회장에 대한 특혜 지시를 내린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정 전 비서관의 개인 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의 사업을 발벗고 나서 지원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도 인지 혹은 허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받은 청탁의 성격이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한 사업이었다는 점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박 회장이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에 대해서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줬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정 전 비서관이 그 돈의 전달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정 전 비서관의 범행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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