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80%는 외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산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고, 설령 찾는다 해도 제 값을 못받는 경우가 많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위기입니다."(국내 중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장 A씨)
# "사업을 벌이기만 하면 뭐합니까. 돈이 안되는데. 국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지금 고사위기입니다."(DMB업체 관계자 B씨)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IT정책 때문에 관련 업체들이 골병을 앓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물론이고 DMB, 인터넷TV(IPTV),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한때 IT코리아의 주역으로 불렸던 사업들은 지금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육성책이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프트웨어 산업. 소프트웨어는 컴퓨터(PC) 등 하드웨어와 달리 한 번 개발하면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PC용 운용체제 '윈도' 시리즈 하나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호령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에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강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을 실시했으나 현재는 유야무야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저가 경쟁 위주의 왜곡된 시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마저도 외국 제품이 지배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 77.4%. 국산은 채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경우 일정 기간 무료 제공하고 그 뒤에 보수 비용을 받는 '길들이기' 전략을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고 싶어도 자료 호환성 때문에 바꿀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공공 기관이 오라클, SAP 등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티맥스, 핸디소프트, 안철수연구소 등 일부 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부에서 공공사업의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각 따로 구매하는 분리 발주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 이상 소프트웨어는 분리 발주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 사항 등 관리, 감독에 대한 후속조치가 명확하지 않다" 고 지적했다. 대학 내 소프트웨어 개발학과의 정원이 축소되면서 인력 이탈 및 고급 인력이 유입이 둔화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IPTV, 와이브로, DMB 등 뉴미디어의 공황
IT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며 주목받은 DMB와 IPTV, 와이브로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DMB의 경우 마땅한 수익원이 없어 당장 고사직전이다.
DMB의 경우 세계 최초로 2005년에 서비스를 개시해서 3년 만에 1,500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월 1억원에도 못미치는 광고 외에는 수익원이 없다보니 적자는 계속 커가 고사직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광고 시장 침체를 탓할 뿐 구체적인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DMB 이용 행태가 출ㆍ퇴근 시간에 집중되다보니 광고주들이 광고를 꺼리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수익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하드웨어 위주로만 사업을 펼친 탓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MB 단말기 개발에만 힘을 쏟았을 뿐 서비스와 콘텐츠 개발 방안은 전혀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DMB는 시청자와 단말기 제조업체만 성공하고 서비스 업체들은 실패한 사업"이라며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방통위는 DMB 활성화 대책반을 통해 DMB 휴대폰 제조업체로부터 휴대폰 판매시 1만원의 DMB 이용료를 징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와이브로 시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6년 6월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3년이 넘도록 KT와 SK텔레콤 등 양 사의 가입자는 2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와이브로를 안써도 되는 시장 상황'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 PC방 등 초고속 인터넷 사용환경이 넘쳐나는데 누가 와이브로를 가입하겠느냐"며 "한마디로 정책 입안시 시장 상황을 도외시한 전시행정"이라고 못 박았다.
IPTV 또한 가입자가 KT 70만명, SK브로드밴드 72만명, LG데이콤 12만명 등 모두 합쳐 150만명을 약간 웃돌고 있다. 올들어 실시간 지상파 TV 방송이 시작되면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가입자 증가 속도는 빠르지 않다. 업계에서는 IPTV에 집중된 규제 조항을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자의 경우 IPTV에서도 자동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은데 별도 신고나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어 콘텐츠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IPTV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조항 철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연진 기자
허재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