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얼룩무늬 아기돼지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됐다. 바이오신약ㆍ장기사업단이 탄생시킨 '제노(Xeno)'라는 형질전환 복제 미니 돼지다. 2005년 서울대가 세계 최초로 태어나게 한 복제 개 '스너피(Snuppy)' 이후 최대 쾌거라고 한다. 그 사이 개에서 돼지로 바뀌었고, '형질전환'과 '미니'가 추가됐다. '제노'는 장기이식을 위한 연구용이다. 인간에게 이식됐을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이 원천적으로 제거돼 '형질전환'이고, 다 자라더라도 인간과 비슷하게 80㎏을 넘지 못하게 조작돼 있어 '미니'라는 말이 붙었다.
■지난 3일 태어난 '제노'는 아기들도 한 고비인 '세이레(삼칠일)'를 넘겼으니, 앞으로 별 탈없이 잘 클 것이다. 돼지란 놈은 거의 1만년 전부터 인간과 식생활을 같이하며 자란 가축이다. 잡식성이어서 위장과 간 췌장 등 소화기계통은 물론 이를 통제하는 심장의 근력과 위치도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 미국에서만 매년 약 6만 명이 돼지의 심장판막을 이식 받고 있다. 돼지의 간은 인체혈관의 독성을 걸러내는 데 이용되며, 돼지태아의 뇌세포는 파킨슨병 치료에 쓰인다. 이종(異種) 간에는 불가능한 기생충 전이가 될 정도로 인간과 돼지는 '속'이 많이 닮았다.
■장기이식의 가장 큰 애로는 부작용 제거와 크기 조절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남의 장기가 들어오면 몸은 몸대로, 장기는 장기대로 이물질에 대한 극도의 경계태세가 발동해 자체적으로 항체를 만들어 싸우게 된다. 돼지와 인간 사이엔 이러한 항체가 2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노'란 놈은 그 중 하나가 태생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형질이 변형된 채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를 더 없애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예상 밖의 장애가 출현할 수도 있다. '제노'가 실제로 200~300㎏까지 자라지 않고 인간의 크기에 머물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심장이식 선진국인 미국에서, 그것도 동종(同種) 이식에서도 성공확률은 여전히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는 좀 많이 나간 듯하다. "장기가 손상된 환자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 가능케 하는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형질전환 복제 미니 돼지를 개발ㆍ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으니 장기이식을 고대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얼마나 마음이 들떠 있겠는가. 발표 말미에 "2017년 이후…"하고 주석을 달았다지만 너무 기대를 부풀린 게 아닌지. '스너피'에서 출발한 조급한 기대가 황우석 사태를 불러온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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