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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배우고 돈 벌고…워킹홀리데이 열풍/ '심부름 인턴' 대신 호주 딸기밭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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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배우고 돈 벌고…워킹홀리데이 열풍/ '심부름 인턴' 대신 호주 딸기밭 가요

입력
2009.04.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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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신청 첫 날인 지난 1일. 뉴질랜드 이민성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접수가 시작되자 마자 신청자들이 폭주하면서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해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은 1,800건. 지난해보다 300건이나 늘었지만, 접수 시작 14시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워킹홀리데이 전문업체 W사 관계자는 "미리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비자 발급 신청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 말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열풍이 불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는 그동안 대학생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왔지만, 최근 들어 열기가 부쩍 높아졌다. 청년 실업자가 늘고, 고환율 부담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외국어 실력 등 이른바 '스펙'을 높여 더 나은 일터를 찾으려는 직장인들까지 가세했다. 워킹홀리데이 열풍의 배경에 극심한 경제난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은 나라는 뉴질랜드와 호주,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6개국. 대부분 올해 비자 발급 건수를 대폭 늘렸다.

일본은 지난해 3,600건에서 올해 7,200건으로 2배 늘렸고, 2012년까지 1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캐나다는 2007년 800건에서 지난해 2,010건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는 상ㆍ하반기 나눠 모두 4,020건을 발급한다.

호주의 경우 제한이 없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5,000건 가량 많은 3만5,0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올 1월 워킹홀리데이 비자(2,000건) 발급을 시작했고, 독일도 지난 20일 협정을 맺고 비자 발급에 나섰다.

이들 나라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은 수요가 높고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워홀러(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은 초기 정착비로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자국 청년들이 기피하는 3D 분야 잡일을 대신해준다.

특히 캐나다는 2010년 벤쿠버/휘슬러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업계에 일손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워킹홀리데이 열풍에선 20대 후반의 취업 경력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직장을 잠시 쉬거나 그만 두더라도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현장에서 통하는' 외국어 실력을 쌓아 개인의 커리어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중인 한모(28)씨는 "첫 직장이었던 안산의 한 중소기업을 지난해 말 그만 뒀다"면서 "좀더 나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어학연수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P유학원 관계자는 "현재 필리핀 어학원에서 연수 중인 사람들의 경우 대학생과 일반인 비율이 50대 50이고, 평균 연령이 27~28세로 전보다 높아졌다"고 귀뜸했다.

유학원들은 워킹홀리데이와 관련한 각종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비교적 물가가 싼 나라에서 기초 어학연수를 한 뒤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떠나는 연계 프로그램이 인기다.

K유학원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다 보니 유학이나 어학연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워킹홀리데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열풍에는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시행하는 인턴제의 실상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006년 정부산하기관에서 인턴을 한 김모(25)씨는 "하루종일 커피 타고 서류 복사하는 일이 전부였다"면서 "이듬해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호주 딸기농장에서 일했는데 일은 조금 힘들었지만 월 150만~200만원을 벌고 영어 실력도 늘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떠났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지 언어 능력이 떨어지면 막노동 같은 잡일 밖에 할 수 없는데 악덕업주에 걸려 임금 체불, 부당한 대우 등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대학생 이혜림(24ㆍ여)씨는 "일부 업체들의 횡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면서 "현지 사정과 근로 조건, 그리고 자신의 영어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킹홀리데이

국가간 비자협정을 통해 청년들이 상대 국가에 최장 1년간 체류하면서 여행하고 취업도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만 18~30세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단 이 비자는 한 나라에 대해 평생 한 번만 발급된다. 보통 2개월 가량 현지 어학원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 1개월간 상대국가의 직업교육을 거쳐 아르바이트 등 단기취업을 해 돈을 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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