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거행된 '제54회 정보통신의 날' 정부 포상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정보기술(IT) 발전에 기여한 개인 및 기관, 업체 등을 포상하는 이날 행사에서 수상자 17명 가운데 KBS아나운서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방송인이 4명이나 포함된 것. 과연 이들 방송인이 IT발전에 무슨 기여를 한 것일까.
방통위 측은 "기관 명칭이 방송통신위원회여서 방송인들을 홀대할 수 없어 수상자 명단에 넣었다. 9월3일 '방송의 날'은 1976년 민간에 이양돼 정부에서 방송인들을 포상할 기회가 없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정부에서 관련 업계를 위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정보통신의 날 제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보니 '방송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정보통신의 날 방송인을 포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방통위는 방송인 포상을 위해 법까지 바꿔가며 정보통신의 날 명칭을 바꾸려 시도했다. 정보통신의 날은 56년 '체신의 날'로 지정됐다가 94년 정통부가 출범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를 '방송통신 융합의 날'로 바꾸려 했으나, 지식경제부와 기념일 주관 문제로 다투다 보니 여의치 않아 내년으로 연기해놓은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명칭 변경은 늦춰졌지만 포상은 미룰 수 없었다"며 "부처가 자리잡기 위한 과도기적 성격으로 이해해 달라"고 알 수 없는 답변을 했다. 내년에 정보통신의 날 명칭이 변경되면 기념일 제정의 모태가 된 우정사업본부 체신 공무원들의 반발 또한 예상돼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