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주변의 불법 돈 거래와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된 의혹을 직접 따져 묻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피의자'를 자처한 마당에 당장 소환조사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서면조사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선택이다. 막무가내로 발뺌하며 허약한 지지와 동정에 기댈 듯하던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 '장외 변론'을 접은 것도 현명하다. 양쪽 모두 법 원칙과 국민 정서를 함께 돌보는 자세를 지키기 바란다.
검찰의 결정을 놓고 재ㆍ보선 정치일정 등과 얽힌 잡다한 풀이가 엇갈린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춰 나름대로 해명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고 순리라고 본다. 한껏 고양된 국민 여론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쪽은 그간의 항변과 별로 다르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다. 그는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 폐쇄를 알리는 글에서 "이제 할 일은 국민에게 사죄하는 일"이라면서도 직접 책임은 부인했다. 따라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고, 구속 여부 등 후속 사법절차마다 요란한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도덕적 신뢰가 바닥난' 처지를 깨닫고 어설픈 홈페이지 항변을 그만둔 것은 다행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과거 행적에 비춰 못 미덥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전직 대통령의 책임과 품위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로 사법절차를 따르는 것이 자신과 국민을 위한 길이다. 그를 추종한 이들도 공연한 곁가지 논란을 삼가고 좀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검찰은 엄정하고 신중하게 사법절차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가 세상이 떠들썩한 꼴로 치닫지 않도록 배려하기 바란다. 비리는 예외 없이 단죄해야 하지만, 또 다시 국가적 불행을 요란하게 세계에 널리 알려 나라 망신을 무릅쓸 시대는 지났다. 사회 모두가 격정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지켜보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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