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파나소닉 창립자는 생전에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욱 좋다”라는 말을 남겼다. 경제위기 때야말로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발명품과 혁신기업은 불황 때 나온 경우가 많다. 반면 불황 때 비용절감을 통해 수성(守成)에만 골몰한 기존 선두 기업들은 대부분 새로운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즉, 불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命運)이 갈릴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들을 보면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악의 기업환경으로 일컬어지는 불황기에 회사가 태동했다는 것. 저명한 발명가 에디슨이 제너럴일렉트릭(GE)을 창업한 1878년은 경제공황으로 다수의 은행들이 무너지던 시기였다.
오일쇼크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미국도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던 1970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75년), 애플(76년)이 탄생했으며, 화투 회사였던 닌텐도가 비디오게임 업체로 전향한 것도 이 즈음(77년)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98년)이 문을 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환란 와중에 엔씨소프트(98년)와 네이버(99년)가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불황은 마치 용광로처럼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신기술, 신제품을 쏟아내고,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1등과 2등의 위치를 바꾼다.
1907년 미국발 주가 대폭락에서 비롯된 금융공황 직후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상징되는 ‘포드 생산방식’이 선보였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는 컴퓨터의 원조 격인 ‘애니악’이 등장했으며,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된 직후인 2001년에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출시됐다. 일본 아사히맥주가 기린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도, 미국 2위 시리얼업체였던 켈로그가 포스트를 따라잡고 1위로 올라선 것도, 각각 장기침체와 대공황 때였다.
그러나 이처럼 불황기에 위대한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노력’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그 중에서 최우선 순위는 바로 ‘지속적인 연구ㆍ개발(R&D) 투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애플과 모토로라의 엇갈린 운명을 소개하면서 불황기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WSJ는 “1999~2002년 매출이 6% 이상 줄었으나 R&D 투자를 42%나 늘린 애플은 이후 아이팟, 아이튠스 등의 히트상품을 계속 내놓을 수 있었지만, 2002년 R&D 투자를 13%나 줄인 모토로라는 2004년 레이저폰의 반짝 성공 후 이렇다 할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D와 더불어 ‘불황에 강한 기업’을 만드는 또 하나의 동력은 최고경영자(CEO)의 자기희생과 실행력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초창기 직원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사무실 청소, 식사준비, 과자 심부름까지 해줬다.
닌텐도가 비디오게임에 첫발을 내디딜 때 야마우치 히로시 당시 닌텐도 사장은 일하는 날보다 돈을 빌리러 외부에 나가는 날이 더 많았고, 게임기 패미컴 출시 이후에는 판매상점에 직원을 파견해 판매를 돕고 인테리어까지 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을 감행했다.
박성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위기에는 종래의 낡은 가치관이 무너지고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산업판도가 재편되곤 한다”면서 “특히 지속적인 연구개발은 불황기 일대도약의 대전제”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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