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해결책으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25일로 예정된 100일 일정(6월15일 종료)의 절반을 넘긴다.
지난달 13일 여야 추천 인사 20명으로 출범한 미디어위원회는 지금까지 6번의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안의 윤곽조차 그리지 못했다. 위원들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위원회의 역할, 회의 진행절차와 공개 여부 등 부수적 논쟁에 힘만 낭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5월 이후 박차"
미디어위원회는 17일 회의에서 5월 이후 공청회 일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나선다는 데는 합의했다.
지난달 20일 2차 회의에서 회의의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고, 같은 달 27일 3차 회의에선 야당측 추천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가 일간지 칼럼에서 여당측 위원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룬 것에 대해 여당측 위원들이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히는 등 난관을 겪은 터라, 그나마 공청회 개최 합의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5월 1, 8, 15, 22일에는 주제별 공청회를 하고 6일(부산), 13일(춘천), 20일(광주), 27일(대전)에는 지역 공청회를 연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지역 공청회의 지상파방송 생중계를 요청하고 미디어법의 당사자인 대기업과 언론사들의 참여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 같은 진행에 대해 위원들은 대체로 구성 단계부터 제기됐던 '미디어위원회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점차 구체적 성과를 보이는 중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여당측 추천위원장인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우리는 단일안을 만들자는 모임이 아니어서 위원들이 얼마나 뜻을 모으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개정안의 보완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위원회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평가를 한다는 게 어렵지만 일단 이런 점에서 양측 위원들이 잘해 나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여당측 위원인 황근 선문대 교수는 "역할 확정도 없이 오로지 구성하는 데 급급하며 시작된 위원회지만 2주 만에 역할 논의가 끝나고,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나 분과 논의에 들어가는 등 진전을 보이는 중"이라며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완전 합의안까지는 아니더라도 국회 논의에 앞서 어느 정도 문제점을 잡고 방향을 확인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 여ㆍ야 위원들 "의견 접근"
당초 위원회 운영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여당과 여당측 추천위원들은 이처럼 "이만하면 중간 이상"이라는 평가지만, 최대한 빨리 미디어법안의 문제를 부각시키려 하는 야당측 위원들은 마냥 "괜찮다"는 평가에 머물진 않고 있다.
비록 분과회의가 열리게 됐지만 주 1회에 불과한 회의석상에서 20명의 위원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남은 일곱여 차례의 회의는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도 야당측 위원들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민주당 추천위원인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계속해서 회의의 리듬이 깨지고 주제별 토론이 잘 이뤄지지 않아 깊이있게 접근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분과위원회가 본회의와 같은 날 오후 시간을 활용하게 되는데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위원회가 남은 기간 동안 여야 합의를 끌어낼 정도의 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일부 위원들은 긍정적 의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민주당측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실제 얘기를 나눠보니 여당측 추천위원들도 사이버모욕죄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등 의외로 얘기가 통하는 면이 많았다"며 "이전엔 대기업이 참여하면 미디어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여당측 위원들도 미디어법안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등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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