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각국 문화 유산의 공유를 위해 개설한 사이트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된 지도가 올라있는 등 민감한 이슈가 여과 없이 소개되어 있어 이 사이트가 자칫 문화 전쟁 격전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는 21일 이집트, 미국 등 세계 각국 도서관, 박물관, 연구 기관에 소장돼 있는 지도, 그림, 희귀 도서 등을 디지털화한 세계전자도서관(www.wdl.org)을 공식 오픈했다.
전자도서관은 지구촌을 북미, 동아시아 등 9개 권역으로 나눠 1,250점을 소개하고 있다. 동아시아권역에서는 중국 전시물이 47점으로 가장 많고 일본은 33점이 전시돼 있다. 1910년대 한복을 입은 모녀의 모습 등 한국 자료 4점도 공개돼있다.
그러나 '콜튼의 일본'이라는 제목의 일본 지도에는 독도가 '다카시마(Taka sima)'로 명기돼 있다. 이 지도는 1855년 미국 지도 제작업체인 J.H. 콜튼이 출판했다고 나와 있다.
이런 식으로 소개된 지도가 올라온 것은 유네스코가 미 의회도서관에 있는 원본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미 의회도서관 등 각국의 32개 기관의 협조를 얻어 현지에서 직접 촬영해 디지털화한 것들"이라며 "내년말까지 1,000만건이 전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도서관을 통해 세계 문화를 집대성하려는 유네스코는 192개 회원국에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 중국과 일본의 문화 유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자료를 제공한 도서관이나 기관에 이들 두 나라에 관련된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도서관에 올라와 있는 한국 자료 4점의 출처도 모두 미 의회도서관이다.
전자 도서관이 각국 문화 홍보의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 면밀한 대응도 요구되고 있다. 또, 이 도서관이 각국의 문화 유산에 대한 지식과 정보 교류의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의 문화 유산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한국 관련 자료가 도서관에 충실히 올려질 수 있도록 유네스코 본부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물의 특정 부분을 클릭하면 확대 감상할 수 있는 등 사용자 편의성이 높다. 이 사이트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7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전자도서관을 처음 제안한 제임스 빌링턴 유네스코 미국위원회 위원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오프라인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문화 유산을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공유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유럽의 문화 단체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디지털화한 유로피아나(www.europeana.eu)를 개설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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