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의 경기 화성ㆍ고양 국제고 설립 재검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국제고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불쾌한 기색이다. 현직 도교육감과 설립 협의를 마치고 승인까지 해줬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다. 계획대로 국제고를 설립하지 않으면 도교육청에 대해 교부금 축소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어제는 김 당선자에 대한 도교육청 업무보고가 시작 5분 전에 전격 취소됐다. 교과부의 불쾌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실 김 당선자의 발언이 당선 전과 후에 달라진 것은 없다. 김 당선자는 "국제고를 포함한 특목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목적과 달리 왜곡된 특목고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거듭 말해왔다.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도 "국제고가 공교육과 교육 정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고,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운영 문제를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설립은 하되 교과과정, 입시요강, 운영계획, 재정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선자 신분으로 국제고 지정 권한이 도교육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고 설립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 같은 말도 화자의 지위와 신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확대ㆍ지정 등 정부의 수월성 교육에 부정적이라 해도 도교육감은 교육행정의 연속성을 중시해야 하는 자리다.
교육철학이 다르다고 정해진 일을 취소하거나 방향을 급선회한다면 행정은 신뢰를 잃고 혼선만 가중된다. 국제고나 자율형 사립고 설립ㆍ지정 문제로 경기 지역 학생ㆍ학부모들만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되 자신의 교육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과부도 김 당선자의 행보에 과민 반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관련 규정이 없다며 업무보고를 갑자기 취소시킨 것은 치졸한 처사다. 그런 식의 대응은 대립과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대화와 협의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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