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특수전사령부(특전사)를 경기 이천시로 옮기지 못하겠다던 방침을 접었다는 소식이 22일 전해지자 한 군 간부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4년 전에 확정된 송파(위례) 신도시 사업에 대해 이제 와서 재검토를 요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특전사 이전불가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말 이후 군은 “그 동안 이천시가 최적지라며 지역 주민들을 설득했던 논리는 어떻게 된 거냐”는 지적에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과거에도 특전사는 현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설명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는 안보 논리가 정권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논리가 보잘 것 없다 보니 금세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국방부는 ‘대승적 차원’이라며 특전사 이전을 다시 받아들였다. 오락가락하는 국방부의 태도에 군 내부에서조차 “국민들 보기 민망하다”는 자조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특전사의 신조인 ‘안되면 되게 하라’를 너무 철썩 같이 지키려다 망신을 당한 게 아니냐”고 고개를 저었다.
군은 이번 소동으로 여러 가지를 잃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는 물론이고, 같은 자리에 있는 남성대 골프장을 지키기 위해 특전사가 이전 불가를 외치고 있다는 의혹은 상당수 국민이 군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이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군이 얻은 것도 있다. 특전사 이전 예정지에 헬기 이ㆍ착륙시설과 훈련장 시설 확보 등을 따냈다. 골프장 대체지 선정에서도 군의 입장을 좀 더 반영키로 했다고 한다.
얻은 것과 잃은 것, 이에 대한 군의 셈법이 궁금하다. 혹여 얻은 게 많다고 느낀다면 정말 큰일이다.
사회부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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