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면 어떻게 해요?", "법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제46회 법의 날(25일)을 기념해 23일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에게 어린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소장은 이날 오전 5,6학년 학생 40여명을 대상으로 '법과 법치 그리고 민주주의'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소장이 직접 초등학교를 방문해 강연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소장은 강연에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헌법' '법률' '명령' '규칙' '처분' 등의 단어를 차분하게 설명,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특히 이 소장이 '법'과 '法'(법), '로'(law), '레흐트'(recht) 등 각국 언어로 법률을 뜻하는 단어를 적은 뒤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법은 나라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약속이에요", "국민의 권익을 인정하는 법률제도 아닌가요" 등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 소장은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냐"며 "퀴즈대회 나가면 우승할 아이들"이라며 감탄했다.
기상천외한 답변과 질문도 잇따랐다.
이 소장이 형법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 TV에서 수갑차고 가는 아저씨들 본 적 있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강호순(연쇄살인범)이요, 강호순"이라고 외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이 소장이 3권 분립을 설명하면서 던진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분은 누구죠"라는 질문에 유엔사무총장이란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은 "죄를 지어 감옥에 가면 얼마나 징역을 사는지 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형사재판 때 피고인도 말할 권리가 있어요?", "대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면 어떻게 돼요?" 등등 평소 궁금한 내용도 물어봤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에 올 일이 있으면 소장 할아버지 방을 찾아오라"며 "직접 잘 안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장은 "오랜만에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보니 내 마음도 순수해지는 것 같다"며 "이번 강연이 어린이들이 법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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