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1 개성공단 남북 당국 접촉은 양측에 빛과 그림자 모두를 남겼다. 우리로서는 공단 폐쇄 통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고 남북대화의 모멘텀도 마련했다. 하지만 외형적으론 북한에 휘둘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또 예상 밖의 임금 토지 협상 카드를 들고 나와 판을 주도했으나 막무가내성 태도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한이 21일 개성공단 접촉에서 읽은 개성공단 관련 통지문 내용은 의외로 절제된 톤에 내용도 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언론에 공개한 접촉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50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던 토지임대차 계약 문제를 다시 꺼냈고, 토지 사용료 면제 기간도 4년을 축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내용 자체만 보면 남측에 상당한 부담이다. '개성공단을 우리식대로 운영하는 것을 따르든지, 아니면 그만 문을 닫든지 하라'는 압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공단 폐쇄 통보'라는 최악의 경우도 아니었다. 나아가 남북이 향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뒀다는 점은 이번 접촉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남측은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와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측 입장에서는 향후 이 협상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성과다. 북측은 일단 현대아산, 토지공사, 공단 입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 사실상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고 당국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최종 득실 판정은 향후 남북 접촉의 형세에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북한 당국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 문제를 강하게 밀고 나간 과정은 우리측 성과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21일 접촉에서 유씨가 기소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고 본 접촉에 나섰다"며 "일단 유씨의 신변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접촉의 어두운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북측은 대남 회담 일꾼 대신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국장을 내세워 22분의 접촉만 허용했다. 특히 총국 사무실을 접촉 장소로 관철하고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검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또 남측 무시로 일관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간의 남북관계를 반영한 대목이다. 남측의 자업자득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의 주장은 2000년 현대와 체결한 개성공단 개발 관련 합의서나 남북 당국간 각종 개성공단 관련 합의서를 발로 차는 처사인 만큼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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