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할인 받는 카드, 아파트 관리비를 깎아주는 카드, 은행이자보다 많은 돈을 돌려주는 카드….'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재테크형 카드'가 각광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화와 외식, 주유 할인에 초점을 둔 레저형 카드가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 소득이 줄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경감해 주는 생활비 절감형 카드가 뜨고 있다. 카드사들과 은행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학원비와 산후조리원비, 아파트 관리비를 깎아 주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현금은 물론 백화점 상품권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현대 H카드. 가족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Home'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H카드 서비스의 초점은 학원, 통신, 병원, 약국 등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줄일 수 없는 곳이다. 특히 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모든 종합병원과 유치원, 입시ㆍ보습ㆍ외국어 학원을 대상으로 5~10%를 할인해 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로 1년 만에 62만좌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백화점과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금액의 최고 10%를 적립해 상품권 등으로 되돌려주는 상품(현대카드 R10)을 출시해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몰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파트 관리비 할인 혜택을 내세운 '마이 아파트(My APT) 카드'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고객들이 은행에 직접 가서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데다, 관리비 5% 할인(월 1회, 최대 5,000원)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최근 카드 사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평균 60좌에 그치던 가입자 수가 700여좌로 10배 이상 늘었다.
삼성카드와 하나은행은 아예 카드사용 금액의 일부를 현금을 돌려주는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 사용액의 0.5%를 매달 캐시백 해주는 생활비재테크서비스를 개시, 출시 2개월 만에 12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고객들이 미리 쓸 금액을 약정(10만원부터 10만원 단위로 200만원까지)하고 사용하면 이용금액의 0.5%를 캐시백으로 다음 달 결제 일에 선불카드에 자동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연리로 환산하면 무려 6.0%로, 3% 중반대의 은행이자보다 높다. 하나은행도 '매일캐시백 카드'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용금액(건별) 2만원당 100원을 포인트가 아닌 현금으로 돌려준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여성전용 'KB스윗 하트카드'는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온라인 쇼핑은 물론 동네 슈퍼마켓과 미용실, 피부관리점, 산후조리원에서도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고객들의 카드 사용 패턴이 생계형으로 변하고 있다"며 "당장 생활비를 아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면 아예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 만큼 재테크형 카드가 당분간 강세를 띌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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