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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위기가 기회다/ <하> 노조에 부는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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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위기가 기회다/ <하> 노조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입력
2009.04.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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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테이블에 24일 처음으로 마주앉는다. 그간 첫 상견례 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양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 당초 일정을 대폭 앞당긴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놓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 자동차 산업 환경의 격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노사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차의 가장 큰 변수는 노사 관계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현대차는 물론 GM대우,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노조에서 내놓은 협상안을 보면 여전히 현실 인식 수준이 낮다"며 "일본 수준의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노사 관계 모델로 꼽히는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상황은 어떨까.

도요타 노조는 1950년대 초 구조조정과 총파업을 겪으면서 노사 대립이 회사를 파산으로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했다. 실제 도요타의 노사 화합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다. 도요타는 글로벌 불황이 엄습한 지난해 말부터 노사 합의를 통해 위기 대응에 나섰다.

올해 기본급 인상을 동결했고, 일시금(보너스)도 노조측이 요구한 평균 198만엔보다 12만엔 적은 186만엔에 타결했다. 또 조합원이 30만6,000명에 달하는 도요타 계열 300개 노조는 올 초부터 자발적으로 신차 구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의 맹주격인 폴크스바겐 노조도 사측과의 상생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전체의 경기부양과 고용 창출을 위해 볼프스부르크와 엠덴에 새 공장을 지었고, 2011년까지 10만여명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과 노동시간 유연화로 화답했다.

'극렬', '강성'으로 대표되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들이 회사를 투쟁과 쟁취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공장간 일감 나누기와 특별노사협의체 구성 등 노사 화합의 결실을 이뤄냈다. 기아차 노사도 혼류생산 체제 구축을 비롯해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 ▦평생일터 실현 ▦투명한 노사관계 구축 ▦성공적 신차 확보 및 안정적 라인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합의문 공동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제 우리 완성차 업계도 노사 관계의 대전환을 통해 신뢰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 관계 변화의 출발점은 경쟁력 제고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생산적, 협력적 노사 관계로의 전환에 양측이 공감하는 것"이라며 "도요타와 같이 우리 경영진과 노조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안을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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