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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행장 3인방, "은행권 변화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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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행장 3인방, "은행권 변화 우리가…"

입력
2009.04.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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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얼굴을 내민 신임 은행장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백순(57) 신한은행장, 래리 클레인(49) 외환은행장, 그리고 하춘수(56) 대구은행장 등. 이들은 각 은행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때 흔들리던 조직을 재정비하고,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내놓은 '히든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중 이백순 행장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신한의 전통적인 은행장 선임 방식에 따라 상고(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행원으로 출발,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2년 입행 후 영업 현장 일선에서 잔뼈가 굵었고, 서울 테헤란로 기업금융지점장 시절에는 영업점 최고의 영예인 '전국 영업점 업적평가대회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 '영업통'으로 불려왔다.

현장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이 행장의 경영 스타일이다. 취임 후 외부 행사보다는 은행 내부를 직접 챙기고, 일선 현장의 행원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3일 기업고객본부 직원들과 함께 북한산에 오르고, 10일에도 영업점 지점장 100여명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토참광장'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신입 행원들까지 자유롭게 글을 남기게 할 정도로 현장직원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이 행장이 전임 행장이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르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인화에 초점을 맞춘 신 사장이 덕장(德將)이라면, 이 행장은 강한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갖춘 용장(勇裝)에 가깝다는 것이다. 취임식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지속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의 현지화 경영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뱅커스트러스트와 도이체방크에서 인수ㆍ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한 그가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되는 가운데 은행을 떠맡은 만큼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있다.

하지만 클레인 행장은 "은행경영 전문가로 이곳에 왔다"며 선을 긋고있다. 취임하기 전부터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행장실에 한국어 교본을 가져다 놓고, 국내 금융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인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워싱턴에 있는 집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한국 생활을 하기로 결심할 정도로 현지화에 열성적이다. 전임 행장이었던 리처드 웨커 행장의 가족들이 미국 하와이에 머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은행장 취임 이후 본부장급 이상 모든 임원을 유임시키면서 조직을 안정시킨 것도 현지화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춘수 신임 대구은행장도 현장 경영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달 전 취임 당시 '현장 중시 경영'을 모토로 내세운 그는 대구와 경북의 재래시장을 직접 찾아 상인들의 애로를 청취하고,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온 고객들의 애로가 즉시 은행 상품 기획으로 이어질 만큼 '속도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선출돼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생존 경쟁력은 지역사회와의 밀착된 영업활동에서 나온다"며 "행장이 직접 현장을 찾고 지역 고객들과 접촉하면서 일선 영업 현장에 커다란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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