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는 또 한번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토론을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오후에 다시 의결절차를 밟는 진풍경도 나왔다.
외통위 전체회의는 이날 10시에 예정됐으나 30분전 박진 위원장이 위원장석에 착석하자 민주당 최규성 김영록 김우남 의원과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주당 유선호 천정배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권영길 의원 등이 박 위원장을 에워싸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야 대치는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황진하 한나라당 간사가 비준동의안의 소위심사 결과를 보고하자 야당 의원들은 즉각 "질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지금 정족수 되나"고 확인 후 "더 이상 질의하실 의원님이 안계시면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며 가결선언을 시도했다.
야당 문학진 박선영 의원이 "발언권을 달라"고 소리쳤지만 의사봉이 없었던 박 위원장은 급한 마음에 손으로 책상을 3번 내리쳤다. 이때 여야 의원들이 서로를 밀치면서 뒤엉키는 바람에 위원장석 주변은 험악하게 변했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속에서 박 위원장은 위원장실로 피했고 민주당 문학진 간사는 성명을 통해 "야당의 토론 신청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통과를 선언한 것은 완전무효"라고 성토했다. 민노당 의원들도"친미정권 한나라당 규탄한다"며 가세했다.
무효 논란은 박 위원장이 이날 오후 '공적개발원조 관련법 공청회'가 끝난 후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비준동의안을 재의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부담을 느낀듯한 박 위원장은 오전 의결에 대해 "앞서 비준동의안의 의결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을 참작하겠다"며 "다시 의결하는데 이의가 없습니까"라고 물은 뒤 가결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이 농민대책을 촉구하는 반대의견을 냈으나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국회법에 따른 재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두 번째 가결에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자 논란이 희석된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비준동의안이 6월 국회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은 6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갈림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 내에서도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정상회담 결과의 해석이나 미 의회의 상황 등에 대한 평가를 놓고 향후 여야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 위원장도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했으나 본회의에서는 원내대표단이 협의해 처리하기로 돼 있어 언제 처리될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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