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9)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 이태수)는 22일 부녀자 8명을 납치 살해하고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처와 장모를 살해한 혐의(살인, 방화치사, 존속살해 등)로 구속 기소된 강씨에 대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 자체를 즐기고 범행 이후 태연히 생업에 종사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면서 "사형 선고의 양형 기준을 아무리 엄격히 적용해도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 정도,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인 범행으로 인한 사회의 충격과 경악 등을 고려할 때 사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판결문 낭독에 앞서 "사형을 선고해도 피해자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도 없어 고민하기도 했다"며 형량을 결정하기까지 심경을 털어놓았다.
재판부는 특히 강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아내와 장모 방화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화재감식 전문가, 목격자 진술 등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강씨는 2005년 10월 경기 안산시의 장모 집에서 불이 나 강씨의 아내와 장모가 숨진 사건으로 4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검찰은 강씨의 연쇄살인 행각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3년 전 경찰이 화재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한 이 사건을 재수사해 보험금을 노린 강씨의 범행으로 결론 짓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휘발성 액체 사용이 확인됐고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 이외에 달리 방화할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화재 현장에 상당기간 머물다 탈출했는데도 전혀 화상을 입지 않았고 (강씨가 탈출한) 방범창 고정못이 미리 풀려 있어 화재 발생을 알고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 직전 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경위나, 혼인신고 시점, 이전의 보험사기 전력 및 유사 범행의 존재 등을 종합하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방화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판결을 들었다. 그는 사형 선고가 내려진 순간 고개를 떨궜으나,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법정에는 일본 기자들을 포함해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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