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사실상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3분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띄운 글에서 형 건평씨가 지난해 구속 된 이후 본인까지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대한 좌절감을 드러내며 '절필'을 선언했다.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그간 비판을 무릅쓰고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또한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습니다"고 밝혀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백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공금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면서 "저를 버리셔야 한다. 적어도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에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직후 '일이 이 지경까지 갔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모두가 내 불찰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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