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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능성적 공개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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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능성적 공개의 전제조건

입력
2009.04.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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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이어 지역별 대입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공개됐다. 정부는 앞으로 학교별 수능 성적 및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도 공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보 공개를 통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침은 감세 정책이나 대운하처럼 어떤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세다.

물론 정보 공개가 정보를 숨기는 것보다 나은 때가 많다.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사회가 정책이나 현상에 보다 지적, 체계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1996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문서의 경우 25년 이상 지나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마구잡이식 정보 공개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관련 영역의 특성이나 정치ㆍ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공개의 수준과 방식을 따로 정한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정보 공개 요구는 줄곧 제기돼 왔다. 체계적인 교육정책 입안을 위해 연구목적의 교육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즉, 교육 관련 정보를 날 것 그대로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정보 공개는 매우 신중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자녀 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지역 단위의 학업성취도 정보를, 학원들은 근처 학교의 취약점과 강점과 같은 정보를, 교사는 다른 학교상황에 대한 정보를 각각 원할 것이다. 엄청난 입시열 속에 너무나 이질적인 요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정보 공개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보 공개인가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및 수능 성적 공개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보 공개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학업성적이 처진 지역이나 기초학력 미달자를 위한다는 명분과 달리 인센티브는 우수 학교로 향했고, 학부모나 학생을 위한 정보라기엔 단편적인 성적 일변도 정보 공개였다.

프랑스로 눈을 돌려보자. 프랑스의 교육법은 정보공개의 목적을 '학생의 합리적인 진로 선택과 학부모의 진로 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중등 학생들이 학교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진로계획서 작성을 위해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학교와 진로정보센터는 반드시 학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별 성적 공시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요구에 답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정부는 학습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바카로레아 합격률을 사교육이나 경제력과 같은 외부 변인을 통제한 합격기대치와 함께 학교별로 공개하고 있다. 학습자들이 순수한 '학교 효과'를 쉽게 파악해 진로 선택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가공해 공개하는 것이다.

결국 정보 공개 목적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공개는 곧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개된 사실에 단편적으로 매몰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광주 지역이 높다더라''서울이 의외로 낮더라'는 '카더라'식 이야기만 되풀이될 뿐이다.

정보공개가 교육개혁으로 연결되려면, 정책 당국자나 시민단체 모두 한걸음 떨어져서 '교육적으로' 보아야 한다. 교육정보 공개는 무조건 학습자들에게 이롭거나 해로울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 전교조가 반대하니 공개하지 말자거나 하는 식의 태도는 공개하느니만 못한 상태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교육정보 공개의 목적과 방식에 대한 정교한 사회적 논의이다.

정민승 방송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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