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당국자는 22일 개성 접촉과 관련해 "바둑으로 치면 북한이 매우 절제된 돌을 놓은 것이다. 돌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바둑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21일 표면적으로 거론한 것은 주로 '돈 문제'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의 숨은 의도에 대해선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밝으면서 사형선고는 남한이 하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최근 북한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199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은 끊기고 달러 박스였던 금강산과 개성관광도 중단됐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 경제의'마지막 숨통'까지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자 임금을 현실화하고 2014년부터 지불하게 돼 있는 토지 사용료를 내년부터 내라'는 북한의 요구에는 액면 그대로'달러를 더 달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3만9,000여명)의 현재 임금(월 73달러)을 두 배로 인상할 경우 북한은 매달 약 280만달러의 추가 소득을 챙기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돈 문제는 '되면 좋고 하는 식'이고 본질은 따로 있다"고 풀이했다. "돈이 최종 목적이라면 비공식 채널을 통했을 것"(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돈 문제로 보기엔 최근 벌어진 일이 너무 많다"(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 등의 논리가 제기됐다.
북한의 요구는 개성공단의 국제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남한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때문에 남한이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업들이 철수해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남한에 떠넘길 수 있다. 물론 폐쇄까지 가지 않아도 개성공단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 남한을 흔들 수도 있다.
박인휘 교수는 "개성공단을 포기하려는 수순일 수도 있고, 포기는 전제하지 않지만 앞으로 개성공단을 분위기를 일방적으로 관리하면서 위기를 고조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후자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원은 "개성공단 폐쇄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며 "북한은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의 존폐와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라는 '이중 인질'을 갖고 남한을 마음껏 요리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북한의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추가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자존심을 걸고 남한에 명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부도 21일 접촉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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