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 대기업 중 최대 10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이 최근 45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대기업 그룹)에 대한 평가를 한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을 그룹이 7~1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한 결과로, 지난 4분기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그룹이 대폭 늘어났다. 실제 지난 3분기까지 재무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은 그룹은 6개였다. 채권단은 이번 심사에서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총자산회전율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4가지 기준을 토대로 재무상태를 평가했다
채권은행별로 산업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12개 주채무계열 중 4개 안팎의 계열이 불합격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17개 계열 중에서는 1~2개 계열이 불합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에서도 2~3곳이 불합격 통보를 받을 그룹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여신담당 부행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일부 그룹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며 "매출 감소는 물론 자산 매각 계획까지 진행이 안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심사에서 불합격을 최종 통보받을 경우 대기업 집단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대기업 그룹이 자구노력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각서를 써야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무를 유예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산 매각 뿐 아니라 경비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강도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여신 담당 부장은 "워크아웃(C등급) 대상과 퇴출(D등급) 대상을 골라 낸 건설ㆍ조선업종 평가와는 다르다"며 "대부분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불합격을 받은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구노력 계획만 있다면 언제든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상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재무평가가 사실상 끝나면서 산업전반에 걸친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건설ㆍ조선업종, 대기업 평가에 이어 이달 말까지 중대형 해운업종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다음달에는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에 대한 기업(1,500여개)에 대한 평가도 끝내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상반기 내에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 대한 평가를 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옥석고르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 주채무계열이란
부채가 많아 주채권은행의 통합관리를 받는 대기업 집단(그룹). 금융감독원이 매년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 차지하는 그룹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하고 재무구조가 나쁠 경우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채결해야 한다. 현재는 45개 그룹이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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