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이견을 넘어 당정청 갈등까지 일으키면 논란이 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가 결국 국회 기획재정위의 손으로 넘어갔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1일 원대대책회의에서 "최근 실시한 우리당 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거의 동수로 나와 당론을 정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며 "기재위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위원들의 합의안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위는 이날 오후 조세소위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를 협의했으나 찬반 논리가 팽팽히 맞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소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진수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중과 폐지를 찬성하고 있어 찬반이 여야로 갈렸다.
한나라당 최경환 이종구 나성린 의원 등은 "양도세 중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징벌적 세금인데다, 양도세를 정상화하면 오히려 비강남권 저가주택이 혜택을 보게 된다"며 중과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다주택자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거나 투기를 한 사람인데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맞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는 결국 22일 부동산 투기방지 대책 등에 관한 정부측 추가 설명을 청취한 뒤 다시 절충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현행 60%(2009~2010년 한시적으로 45%)인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기본세율(6~35%)을 적용하거나 기본세율의 최고세율(35%)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절충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한시적 완화안'이다.
정부 원안대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할 경우 4ㆍ29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현행 양도세 중과를 고수하게 되면 이미 중과폐지 시행에 들어간 시장은 극도의 혼미에 빠져들 수 있다. '한시적 완화안'은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한 '절충안'인 셈이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은 "양도세 중과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세소위의 여야 조율을 거쳐 23일 전체회의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와의 치밀한 조율 없이 입법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서둘러 시행에 나선 정부측이나 당정협의를 해놓고 뒤늦게 발목을 잡고 나선 여당이나 모두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