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21일부터 3일 일정으로 시작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춘계대제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이름으로 공물을 봉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아시아태평양전쟁 A급 전범자 위령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봉납한 것은 2007년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후 처음이다. 앞서 1985년 8월 15일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봉납했다.
봉납된 '마사카키'라는 공물은 사카키라는 나무로 만든 화분 형태의 제구(祭具)로, 야스쿠니 본전에 오르는 계단 부근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총리는 개당 5만엔 정도 하는 이 제구를 개인 비용으로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아소 총리는 21일 저녁 일본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0월(추계대제)에도 (봉납)했다"면서 "나라를 위해 존엄한 생명을 내던진 사람들에게는 감사와 경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총무장관, 외무장관 시절 개인 자격으로 야스쿠니에 참배했던 그는 총리 취임 이후에는 "총리라는 자리는 개인 신조와 다른 것이므로 상황을 봐서 판단하겠다"고 참배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아소 총리가 공물을 보낸 데 대해 올바른 역사 인식 정립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역시 "야스쿠니 신사는 중ㆍ일관계에서 민감한 문제"라며 "신중하게 처신하라"고 일본에 주문했다.
아소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인 2006년 천황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파문이 일자 그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야스쿠니에 번영 있으라'라는 글을 올려 "국가의 명령에 따라 둘도 없는 생명을 바친 사람을 국가가 최고 영예로 기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죽은 수만의 장병은 국가와 한 약속을 천황 폐하와 한 약속으로 이해했으므로 야스쿠니에 천황 폐하가 친히 참배했으면 좋겠다고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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