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21일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 주기 바란다"며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언론의 취재 열기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저희 집 안뜰을 돌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희 집은 감옥이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며 "언론에 호소하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한다. 저희 집 안 뜰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권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희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자유, 마당을 걸을 수 있는 자유, 이런 정도의 자유는 누리고 싶다"고 재차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또 "제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그렇다 할 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 또한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며칠 전에는 집 뒤쪽 화단에 나갔다가 사진에 찍혔고, 어제는 비가 오는데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가 또 찍혔다"며 "카메라가 집안을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어 우리는 커튼을 내려 놓고 살고 있다"며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 가끔 보고 싶은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그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연차 리스트 수사 이후 봉하마을을 취재 중인 카메라 기자들은 마을 통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인근 산꼭대기로 쫓겨가 망원렌즈로 노 전 대통령의 들여다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가 전혀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채 사진에 찍힌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자 카메라 기자들은 다시 노 전 대통령 사저 앞 통행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22일 모두 산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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