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는 빨아도 걸레이고, 걸레 밑에 있던 행주도 못씁니다." 20일 대전MBC에서 열린 충남도교육감 보궐선거의 첫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장기옥(73) 후보는 강복환(61) 후보를 '걸레'에, 김종성(59) 후보를 '행주'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교육감 시절 비리로 구속됐던 강 후보의 재출마를 질타하면서, 비리 교육감 밑에서 간부로 일한 김 후보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정치보복 사건이었고 억울함을 인정 받아 사면복권됐다"며 "내가 1위를 달리니까 여기저기서 흠집을 내려고 하지만 도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비리 사건은 교육감 개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피해갔다.
29일 실시되는 충남교육감 보궐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 선거는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전임 교육감 2명이 잇따라 중도 하차한 뒤 치러지는 선거인데도, 변화는커녕 또다시 진흙탕 선거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선거에는 7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임기가 1년 1개월에 불과하지만, 현재 교육감 자리가 공석이고 이번에 당선되면 '현직 프리미엄'을 얻어 내년 선거에서도 유리해진다. 충남교육청의 한 직원은 "이 때문에 이번 당선자의 임기는 차기 4년까지 보태 5년 1개월이란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후보들이 너나없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음식물 제공, 공직자 선거개입, 비방유인물 살포 등의 온갖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특히 사상 초유의 부재자신고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탈법 양상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
20일 후보토론회가 열린 같은 시각에 충남 천안의 장기상(61) 후보 선거연락사무소 6곳에는 경찰 100여명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소에 나갈 수 없는 거소투표자들의 부재자신고서 400여장을 대리 제출하면서 투표용지 수령장소를 선거사무실로 적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 피해주민은 "경찰로부터 누군가 내 이름으로 부재자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는 표를 도둑질하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 전문적인 선거브로커 조직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줄서기도 또 불거졌다. 경찰은 A시교육장과 전ㆍ현직 교장, 교감 등 18명이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한 모임을 가진 혐의를 조사 중이다.
지난 선거에서 학교장과 교육청 직원 등 100여명이 오제직 전 교육감을 지원한 혐의가 드러나 교육감이 기소되고 직원들이 무더기 징계 회부된 것이 불과 6개월 전이다. 이에 대해 공주의 최모(44) 교사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당선자에게 줄선 사람이 승진하고 좋은 보직을 차지하는데 선거 때 누가 가만 있겠냐"며 "악순환이 언제 끊어질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선거 구도는 '진보 대 보수' 대결에 '부패 대 반부패' 대립이 더해진 양상이다. 진보 진영은 초대 전교조 충남지부장 출신의 김지철(57) 후보로 일찌감치 단일화했지만, 후보 6명이 난립한 보수진영에서는 2003년 교육감 재직 중 뇌물죄로 사법처리된 뒤 사면복권 돼 출마한 강복환 후보에게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반부패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무관심하고 차갑기만 하다. 계룡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뽑아놓으면 얼마 못 가서 비리로 물러나고 하는데 신물이 난다"며 "이젠 후보 얼굴들도 꼴보기 싫다"고 선거벽보를 외면했다.
논산의 학부모 이모(48)씨는 "교육감들이 비리나 저지르니 충남의 학력이 전국 최하위 아니냐"며 "또다시 부도덕한 교육감이 나온다면 자녀를 대전의 학교로 전학시키겠다"고 말했다.
탈법혼탁 선거전과 유권자들의 불신이 가뜩이나 저조한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역대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지난해 부산 15.3%, 서울 15.4% 등이었고 이 달 8일 실시된 경기교육감 선거는 12.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외면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충남교육도, 선거문화도 유권자의 투표로 바꿔야 한다"고 투표참여를 당부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