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에 이어 보수체계에도 칼날을 대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이 직원의 성과와 능력에 따라 받는 보수에 차이가 나는 '제대로 된' 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본격 시행한다. 공기업 보수의 거품 빼기가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기존 직원의 임금을 깎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키로 하고 연내에 가이드라인이 될 '표준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왜곡된 임금 체계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는 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하향 조정하고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등 임금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연봉제 표준모델안이 나오면,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노사 협상을 거쳐 내년부터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96곳이나, 간부급 이상에서만 적용하거나 호봉 성격의 등급이 남아있는 등 무늬만 연봉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305개 공공기관의 전체 평균연봉(5,330만원대)은 민간기업보다 3.5% 높고, 평균연봉이 7,000만원을 넘는 기관도 32곳에 달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워크숍에서 공기업의 '저위험-고보상' 보수체계가 대표적인 거품으로 지적돼고, 대졸 초임 삭감과 형평을 고려해 구(舊)직원들의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며 "중장기적으로 연봉제 확산 및 성과급 비중을 확대하는 등 임금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조가 결과적으로 임금 인하를 불러올 연봉제 도입에 선뜻 응해줄 리가 없는 만큼, 노조의 저항을 어떻게 뚫느냐가 연봉제 정착에 있어서 가장 큰 관건이다. 정부도 우회적으로 공공기관에 연봉제 도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및 기관 평가에서 연봉제ㆍ임금피크제 시행, 성과급 비중 확대 등에 대한 배점을 높임으로써, 기관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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