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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공금 횡령 듣기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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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공금 횡령 듣기도 민망하다

입력
2009.04.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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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예산 12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 박연차 씨의 돈 거래 의혹을 한심하게 여기던 마음에도 곧이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게 정씨 혼자 저지른 비위인지 아닌지 따지기에 앞서, 대통령의 오랜 친구라는 인연을 고리로 국가 최고기관의 살림을 맡은 이가 어떤 목적으로든 공금을 빼돌렸다는 이야기는 듣기조차 민망하고 부끄러울 정도다.

21일 검찰이 두 번째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씨는 2003년부터 정권 말까지 총무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업무추진비 등에서 여러 차례 뭉칫돈을 빼돌려 차명계좌에 나눠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무기명채권을 샀다가 파는 등 돈세탁까지 했다고 한다. 검찰은 돈의 정확한 출처와 성격을 규명하고 있으나, 개인적 목적보다는 비자금 용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씨는 이자 일부만 꺼내 쓰고 원금은 손대지 않아 비자금 의혹을 크게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정씨가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빼돌렸을 가능성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 등의 기밀수사나 정보수집 등을 위한 특수활동비는 올해 청와대의 경우 221억원에 이르지만, 사용내역 공개의무가 없어 늘 논란이 돼왔다. 그러나 이 돈을 숫제 청와대 바깥으로 빼돌려 숨긴 사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드러난 게 없다. 정씨의 혐의는 이미 위선적 허울을 거지반 벗은 노 전 대통령 주변의 파렴치한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고 본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씨에 앞서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여택수 전 수행비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잇따라 비리혐의로 사법 처리된 사실은 청와대의 내밀한 대통령 주변이 도덕성과 거리가 먼 분위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다시 어떤 설명을 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집사'가 빼낸 돈을 퇴임 뒤에도 소중히 간수한 연유를 직접 해명해야 한다. "나는 몰랐다"는 말로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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