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해진' 골리앗과 '독기 품은' 다윗의 대결이다. 흔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골리앗을 이겨내기 위한 다윗의 무기는 재치와 영리함이다. 그러나 3차전(22일 잠실)을 앞둔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이 진행되는 양상은 다소 다르다.
이미 승부의 키워드가 된 '골리앗' 하승진(24ㆍ222㎝)은 영리한 플레이를 터득했다. 하승진을 바라보는 삼성 수비진의 각오는 '결사항전' 그 자체다.
■ 영리해진 골리앗
삼성 맏형 이상민은 20일 오후 훈련을 마친 뒤 "하승진이 발을 빼는 법을 터득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민이 말한 '발을 빼는 법'이라는 단어에 하승진이 무섭게 변한 비밀이 숨어있다.
올시즌 초반 하승진은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상대 수비진이 교묘하게 팔을 써 하승진을 외곽으로 끊임없이 밀어냈다. 볼을 잡더라도 협력수비가 붙으면 방향전환에 애를 먹었다.
이 모두가 스텝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김주성(동부)이나 함지훈(모비스)처럼 유연하게 골밑을 파고드는 동작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하승진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장훈(전자랜드)과 5경기, 6강에서 김주성과 5경기를 각각 치르면서 '발을 빼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자신에게 상대 가드진의 협력수비가 붙어도 당황하지 않고 오른발을 밖으로 빼며 단숨에 골밑으로 접근한다. 김주성 역시 "정규리그 때는 강하게 압박하다가 갑자기 힘을 빼면 하승진이 혼자서 중심을 잃었는데 이제 밸런스가 제대로 잡혔다"고 말한다.
■ 독기 품은 다윗
안준호 삼성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자기 살 생각에 파울을 아끼니 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삼성은 2차전에서 하승진이 이끄는 KCC에 대항해 골밑을 사수하느라 레더와 김동욱이 5반칙, 이규섭과 박훈근이 4반칙을 범했다. 골밑에서만 18개의 반칙. 결코 파울을 아낀 게 아니었다.
안 감독의 말은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하승진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하승진을 마크해야 한다는 투지를 자극하기 위함이다.
어차피 삼성은 하승진을 막아내지 못하면 승산은 없다. 더구나 삼성은 전주 원정에서 맏형 이상민에게 야유를 퍼부은 KCC 팬들로 인해 승부욕이 최고조에 올라있다. 독기를 품은 다윗에게는 골리앗도 무섭지 않은 법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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