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폴린시(FP)는 최신호에서 "실업, 부의 축소, 경제적 혼란 등 현재의 부정적 현상들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금융위기가 이끌 혁신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FP는 혁신을 내세우는 역사적 근거를 제시했다. 1873년 무렵의 경기침체는 대기업, 대형 금융회사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1930년대 대공황은 합성고무, 텔레비전, 뉴딜 등을 낳았으며 1990년대의 IT버블 붕괴는 구글 같은 창조적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FP는 우선 새로운 범죄예방책의 탄생을 전망했다. 국민총생산(GDP)이 하락할수록 범죄가 증가하게 마련인데 이때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중앙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캡슐을 인간의 몸 안에 넣는 식의 발명품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증오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감정과 관련한 호르몬 상승이 감지되면 즉시 치료 약물을 주입하는 식이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등 정신적인 혁신도 예고했다.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은 큰 집과 좋은 차가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문에 사회발전을 측정하는 기준이 GDP 대신 국민총복지(gross national well-being)를 참고하는 식으로 변할 수 있다. 탄성(resilience)의 가치도 중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무리 뛰어난 제도도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금융위기가 보여주었기 때문에 변화의 불가항력을 받아들이고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탄성 있게 대처하는 태도가 인정 받을 것으로 보인다.
FP는 세계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프리카의 부흥을 특별히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7%대에 이르는데다 프리덤하우스 조사 결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3개 국가가 현재 자유롭거나,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되는 등 정치적으로 안정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자원에 대한 생각도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바이오연료는 옥수수 등 식량에서 만들어진 에탄올이나 디젤이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풀, 쓰레기, 조류 등 비식량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연료 개발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FP는 내다보았다.
물은 금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년간 한국, 중국, 일본 등이 경쟁적으로 해외 토지를 사들였는데 이는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FP는 설명했다.
FP는 그러나 이 모든 혁신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네기와 록펠러 등 기업가의 등장이 정경유착을 통한 독점으로 이어졌고 1930년대 공학의 발전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개발된 혁신적인 파생상품은 2008년 금융의 몰락을 낳았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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