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TV프로그램에 프로골퍼 신지애가 출연한 적이 있다. 부모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세계 최고가 되려고 양궁을 택했다가 IMF직후 박세리 선수의 우승소식이 국민에게 감동을 안기자 골프로 종목을 바꿨다고 한다. 본인의 선천적인 운동소질과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무엇보다도 타인의 성공에서 비롯된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세계 골프계에 당당히 우뚝 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국내 선수들의 해외활약상이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 해외펀드가 본격화한 것은 최근 2~3년에 불과하다. 도입 당시엔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경기 호황에 힘입은 국내 조선 업체들의 수출호조로 과잉 공급되는 달러를 해외로 유도하자(환율 안정)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국내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로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은 다시 급등하게 된다. 환율이 강세를 보이자 그간 저금리를 이용해 비달러 자산으로 이동했던 투기자산 및 일부 수요들의 이탈로 원자재 가격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듯 환율과 원자재 가격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30달러 초반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50달러 근처까지 회복을 했다.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의 흐름을 보면 역(逆)의 상관관계가 성립됨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살펴보자. 중동 국가들은 고유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지난해 원유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지상은 물론이고 해저에까지 공격적인 탐사 및 시추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밀려오자 고작 1년도 안돼 무산되거나 중지되는 프로젝트가 급속히 증가했다.
이 때문에 현재 추가적 공급은 한정된 상태다.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의 굴뚝 역할을 하는 중국 인도와 같은 '다(多)인구 국가'의 성장세와 더불어, 달러화 약세까지 맞물리자 다시금 원자재 가격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이제 원자재 가격의 추이를 살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는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등 적극적인 정책공조를 통해 실시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어놓은 엄청난 돈은 인류의 필수적인 소비재와 생산재로 몰려든다는 점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작년에 금을 사서 자산가치 하락을 헤지한 것처럼,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원자재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민호 삼성증권 Fn Honors 삼성타운 PB haminho@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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