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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볼모잡는 북의 엉뚱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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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성공단 볼모잡는 북의 엉뚱한 주장

입력
2009.04.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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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개성공단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공식 접촉에서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 엉뚱한 주장을 들고 나왔다. 임금, 토지 사용 등 남측에 부여했던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를 재검토하겠다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접촉 장소와 의제 문제 등을 놓고 1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이뤄진 22분간의 정식 접촉에서 북측이 통보한 이 같은 입장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20여일 동안이나 억류 조사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접견을 허용하라는 우리 대표단의 요구는 이날 접촉과 무관하다고 일축하면서 내놓은 주장이다.

북한의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개성공단은 잦은 통행 차단과 유씨 억류 문제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입주 기업들도 아주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토지 사용료 유예기간을 단축하자고 하면 정상적인 운영은 더 어려워진다.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간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로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이 토대부터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할 구실을 찾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유씨 억류 문제가 전혀 풀릴 기미가 없는 가운데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서면 남한 사회 내부에서도 개성공단에 대한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북측은 유씨를 간첩 혐의로 처벌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으며, 다만 유씨를 기소해 평양으로 압송하지는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추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북측은 유씨 문제를 우리 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방침과 연계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PSI 전면 참여 발표를 3차례나 연기하는 등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왔다. 그런데도 북측이 계속 경직된 자세를 고수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 내부에는 북측의 의도에 끌려간다는 비판이 비등한 상황이다. 북측은 무엇이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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