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탄생 200년·진화론 150년 다윈은 미래다] 2부 <8>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탄생 200년·진화론 150년 다윈은 미래다] 2부 <8>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입력
2009.04.22 00:54
0 0

구석기시대 인류는 돌을 깨뜨려 사냥도구를 만들고, 동굴에는 그림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이 현생 인류종(種)만의 흔적은 아니다. 지금은 멸종한 종인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의 유산이기도 하다.

불과 몇만년 전까지만 해도 나름의 문화적 삶을 영위하던 그들은 어디로 갔으며, 오늘날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을 이룩한 우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 나타났다 멸종한 인간의 조상 종(種)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속 가운데 유일하게 멸종하지 않은 종이다. 지난 30억년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호모속에도 수많은 종들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병존하기도 했다.

자바인, 북경인 등을 포함하는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년 전부터 7만년 전까지 아시아를 중심으로 거주지와 유물을 남겼다(180만년 전부터 125만년 전까지를 호모 에르가스테르로 분류하기도 한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25만년 전부터 3만년 전까지 유럽과 아시아 일부에 퍼져 살았다.

현생 인류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는 간단한 답이 하나 있다. "아프리카에서"라는 대답이다. 사실 인간의 진화는 아직도 많은 것이 미스터리지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몇 가지가 있다.

현생 인류가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호모 에렉투스의 일부로부터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종으로 분화했다는 점이 그 하나다. 이 신종은 5만년 전쯤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하기 시작해 오늘날 보듯 전 지구로 퍼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생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는 논쟁이 뜨겁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신인류가 구인류(호모 에렉투스 등)와의 경쟁에서 이겨 그들을 대체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Out Of Africa Theory)과, 세계 각지에서 구인류를 계승해 신종이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Multiregional Theory)이 팽팽히 맞서있다.

이 논쟁을 결론내기는 쉽지 않다. 유전자 증거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화석 등은 다지역 기원설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어느 하나가 명백히 틀렸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 신인류와 구인류 혈통, 독립적인가 이어받았나

1987년 '미토콘드리아 이브' 연구는 일약 아프리카 기원설의 깃발을 드날렸다. 미국 버클리대의 앨런 윌슨과 레베카 칸 등은 세계 각지의 인간 147명에 대해 어머니한테서만 이어받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모든 사람의 공동 조상이 되는 여성(이를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른다)이 약 20만년 전(14만~29만년 전)에 동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 살았음을 밝혀냈다.

이후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Y염색체 유전자 분석도 수행됐는데,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역시 아프리카에서 퍼져나간 패턴을 보여주었다.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현생 인류와 비교하는 연구도 1997년 뮌헨대의 마티어스 크링스 등에 의해 여러 차례 이루어졌는데 매번 두 종이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결론이었다. 반대로 네안데르탈인 화석끼리는 서로 연대와 지역이 달라도 유전자 서열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다지역 기원설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화석들을 보면 네안데르탈인 - 초기(호모 사피엔스) 유럽인 - 현재 유럽인으로 점진적으로 변하는 특징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구한 중국의 구석기시대 문화유적을 살펴봐도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급격히 대체된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쨌든 전 인류가 아프리카에 뿌리(유일한 뿌리는 아닐지라도)를 둔, 유전적으로 극히 동질한 집단이라는 사실은 전율할 만하다. 멀게만 느꼈던 다른 인종, 다양한 종족끼리도 몇 천년, 몇 만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조상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비영리과학기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는 2010년까지 전 세계 10만명의 DNA를 기증받아 이러한 인류의 대이주를 세밀하게 재구성하는 '지노그래픽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 우리는 어떻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나

또 다른 흥미로운 문제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더 큰 두뇌와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고, 5만년~3만년 전 시기에 현생 인류와 유럽에서 공존했는데도 어떻게 우리가 그들의 DNA를 분석하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존 단턴은 소설 <네안데르탈> 에서 "현생 인류의 거짓말을 할 줄 아는 능력"이 그 비밀이라고 썼다. 네안데르탈인은 여러 뛰어난 특질에도 불구하고 속임수를 몰랐기에 현생 인류와의 생존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침팬지도 먹이가 있는 곳을 거짓으로 가리킬 줄 알지만 속는 척하며 다시 상대를 속이는 이중ㆍ삼중의 거짓말은 인간에게만 볼 수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딱 하나의 이유를 꼽기는 어렵지만 현생 인류는 환경에 보다 융통성 있게 적응할 줄 알았기에 적?適子)가 됐다고 할 수는 있다.

애리조나대 인류학자인 매리 스티너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건장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현생 인류보다 2배 가까운 하루 5,000㎉의 열량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육식에 의존했기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사냥에 매달려야 했던 반면, 섭식이 다양한 현생 인류는 노동분업의 덕을 크게 보았다.

즉 남자들이 사냥하는 동안 여자와 아이들은 과일을 채집했고, 임신한 여자나 어린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으리라는 것이다.

영국 인류학자 크리스 스티너는 '혁신의 문화'를 꼽는다. 현생 인류는 보다 큰 규모의 대집단을 이루고 살았는데, 복잡한 사회생활은 정교한 상호작용과 언어의 발달, 수명의 연장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세대간 지식의 전수가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진화의 시기

좀 더 멀리, 넓게 본다면 직계든 아니든 우리의 사촌뻘 호모속 조상들은 오늘날 인간의 탄생에 기여했다. 호모속보다 앞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등 인간 조상을 모두 포함한 사람족(호미닌)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조상으로부터 500만~600만년 전쯤 갈라져 나왔다.

인간 고유의 속성인 직립보행, 두뇌의 대형화, 언어ㆍ도구 등 문화의 발달은 그 이후 수백만년에 걸쳐 일어난 진화다. 사실 현생 인류의 역사는 사람족 역사의 3%에 불과하다.

특히 두뇌가 비약적으로 커진 두 번의 시기는 180만년 전(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의 분화가 일어난 시점)과 60만년 전~15만년 전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히 변동하는 기후에 융통성 있게 적응하게끔 뇌가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뇌가 커지는 것은 일련의 진화적 변화를 수반한다. 예를 들면 턱근육이 줄어 두개골 뼈가 받는 압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두개골이 얇아지면서 커질 수 있었다. 아래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됐기에 언어가 발전했다.

또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이 머리 큰 아이를 낳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사람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 오랜 성숙기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모든 변화는 사람족이 분화한 수백만년 전부터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인간이 이어받은 유전자의 역사는 더 길다. 가령 사람의 대표적 특성인 언어 관련 유전자로 FOXP2가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이는 인간에게 고유한 유전자가 아니었다. 영장류는 물론 쥐에도 염기서열이 고작 2, 3개밖에 차이 나지 않는 같은 유전자가 있었다.

마술처럼 새로운 유전자들이 생겨나 비약적 진화를 이끈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유전자들을 다르게 써먹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다양한 생물종이 나타났다는 것이 최근 진화발생생물학의 견해다. 인간 역시 유전자적으로는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캄브리아기(5억4,000만년 전~4억8,800만년 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간다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자.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 침팬지, 고래, 소나무, 아데노바이러스의 공동 조상인 최초의 유기체, 자신을 복제하는 거대분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는 35억년이 걸린다. 그러면 최초의 유기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유기체를 구성하는 기본 성분인 탄소와 질소 등은 별에서 왔다. 우주가 생겨난 뒤 처음 만들어진 원소는 하나의 핵과 하나의 전자로 이루어진 수소였다. 수소는 핵융합반응으로 헬륨을 만든다.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빛은 바로 이 핵융합의 산물이다. 핵융합의 연료를 모두 소모한 별은 폭발해 성간가스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새 별로 탄생하는 진화를 겪는다. 별들이 일생을 되풀이하는 사이 우주에는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탄소 산소 질소 철 등이 생겨났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인간의 계통분류

유전자 분석이 종들의 분류와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인간의 계통학적 위치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호모속(인간)이 속한 호미니드과와 ▲팬속(침팬지ㆍ보노보) 퐁고속(오랑우탄) 고릴라속(고릴라)이 속한 폰지드과가 나뉘어져 인간의 고유한 갈래가 강조됐었다.

하지만 침팬지와 인간은 DNA 차이가 1.3%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드러나면서 두 속을 하나의 호미나인아과(亞科)로 묶는 견해가 부각됐다. 침팬지와 오랑우탄이나 고릴라 사이보다, 인간과 침팬지가 훨씬 가깝다는 이야기다.

호미나인아과는 두 발로 걷는 호미니드과에 속하며, 호미니드과는 꼬리가 없는 호미노이드상과(上科)에 속하고, 호미노이드상과는 콧구멍이 작은 협비차아목(次亞目)에 속한다.

순차적으로 뇌가 큰 유인원아목(亞目), 사물을 쥘 수 있는 영장목(目), 태鳧?생기는 태반아강(亞綱), 새끼를 낳는 포유강(綱), 등뼈가 있는 척추동물아문(亞門), 척색이 있는 척삭동물문(門), 동물계(界)에 속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동 조상은 약 500만~600만년 전쯤 갈라져 나왔으며 고릴라 조상은 보다 앞서 600만~800만년 전쯤, 오랑우탄 조상은 훨씬 앞선 1,200만~1,600만년 전쯤 가지를 치고 나와 각자 진화의 길을 걸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