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퀸터플(5관왕)' 꿈이 좌절됐다. 한국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과 박지성(맨유)의 '사제대결'도 무산됐다.
맨유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09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에서 에버턴을 상대로 120분 혈투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박지성은 선발 출전해 6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후반 18분 날카로운 슈팅을 한 차례 날린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에버턴의 수문장 팀 하워드는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두 개의 선방으로 '친정'의 전관왕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120분간 골이 터지지 않아 접어든 승부차기에서 하워드는 맨유의 1번 키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2번 키커 리오 퍼디낸드의 슈팅을 잇달아 막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하워드로서는 맨유 유니폼을 입은 5년간 '벤치 워머'에 머물렀던 설움을 시원스레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메트로스타스 뉴욕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최고의 골키퍼로 꼽힌 하워드는 2003년 맨유에 입단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지만 2006년 에버턴으로 이적할 때까지 45경기 출전에 그쳤다. 에드윈 반데르사르 등 '세계 톱 클래스'의 장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하워드는 에버턴으로 이적한 후 붙박이를 꿰차고 프리미어리그(EPL) 정상급 수문장으로 발돋움했다. 올시즌에도 팀이 치른 EPL 32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출전했고 13차례나 무실점 방어를 기록했다.
한편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후 웸블리스타디움의 열악한 그라운드 조건이 패배로 이어졌다고 불만을 터트려 눈길을 끌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정예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경기 전 연습에서 잔디 상태를 확인한 후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돈을 들인 경기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라운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유는 에버턴을 상대로 페데리코 마케다, 파비우 다실바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1.5군 수준의 스타팅 라인업을 가동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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