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에서 묵 혹은 다람쥐가 연상된다면 당신을 사이버 세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도토리, 은화, 콩 모두 사이버 머니이다. 마일리지로 적립하거나 실물화폐인 돈으로 구입한다. 사이버 내에서는 기부도 사이버 머니로 한다. '삼만 원' 대신 '콩 300알'을 보태는데 그 느낌이 색다르다. 이렇게저렇게 모아둔 도토리, 콩도 조금 되고 알뜰하게 적립한 포인트 카드도 십여 장에 이른다. 단연 혜택이 가장 큰 건 항공사 마일리지이다.
지금의 마일리지로는 제주도를 왕복할 수 있는데 조금 더 멀리 가보려는 생각으로 몇 년째 아껴두고 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이다. 유효 기간이 지나 소멸되고 마는 마일리지의 규모가 엄청난 모양이다. 항공 마일리지를 도토리처럼 자유롭게 쓰게 하는 것은 어떨까. 스카이샵이나 면세점에서 물건을 교환하기도 하고 기부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돈 얼마 대신 '제주도 왕복'을 기부하는 것이다.
현금으로 교환할 수는 없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현금과 똑같이 쓰이기 때문에 가끔 도토리를 노리는 사이버 도둑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시트콤의 여자 주인공이 전화로 헤어진 애인에게 울며 소리치던 것이 생각난다. "내 도토리 내놔, 이 나쁜 놈아!" 앞으론 '사랑에 속고 도토리에 울고'로 연인들의 레퍼토리가 바뀔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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