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곳간이 새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0여억원의 국고를 횡령해 차명계좌로 빼돌렸다고 검찰이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가 또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먼저 정 전 비서관이 개인치부 목적으로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노 전 대통령이 횡령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자금 집행 내역을 일일이 챙겼을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따로 보관했던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노 전 대통령의 반대를 예상한 정 전 비서관이 몰래 돈을 빼냈을 가능성, 권양숙 여사가 별도로 자금 조성을 요청해 정 전 비서관이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때다. 만일 노 전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나 노 전 대통령의 승인 또는 묵인 하에 정 전 비서관이 국고를 빼냈다면 노 전 대통령은 횡령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횡령 자금간 관련성에 대해 "현재까지는 관련성이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한 마디를 덧붙인 점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정황상 정 전 비서관이 횡령의 목적과 용도,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압박하면 노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검찰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 재차 압박하는 점입가경의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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