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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의 힘/ <중> 해양플랜트로 불황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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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의 힘/ <중> 해양플랜트로 불황 넘는다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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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영향을 덜 받는 드릴십(선박 형태의 시추설비)과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주력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삼성중공업 김징완 부회장)

"한국 조선소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심해유전개발 사업에 한국 업체가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브라질 페트로브라스社 바르바사 최고재무책임자)

극심한 경기침체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지만, 선박 주문이 장기간 끊기면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그간 국내 조선업계가 쌓아온 독보적인 해양플랜트 기술이 위기 극복의 핵심 탈출구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잇단 해양플랜트 발주가 예정돼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도약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첫 신호탄은 세계 6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브라질 페트로브라스가 20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쏘아올렸다.

페트로브라스 경영진은 이날 투자설명회에서 2013년까지 심해유전개발 사업 등에 총 1,774억달러(약 230조원)를 투자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제시했다. 이 중 국내 조선업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해양플랜트(석유탐사 및 생산) 부문에만 총 1,046억달러가 집행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의 10년간 매출 규모와 비슷한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 때문인지 이날 행사에는 국내 7개 대형 조선소를 비롯해 조선기자재, 건설, 종합상사, 해운 등 70여개 관련 업체가 대거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수출보험공사 관계자는 "페트로브라스와 국내 업체 모두 관심이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페트로브라스는 21일 현대중공업과 STX조선해양, 22일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잇따라 방문, 올 하반기로 예정된 발주 입찰에 앞서 각 조선소의 해양플랜트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업이 국내 조선소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해양플랜트는 '떠다니는 에너지 설비'로 불린다. 선박 형태이기 때문에 고급 조선 기술이 필수적이다. 또 에너지를 개발, 생산해야 하는 탓에 플랜트 기술도 함께 갖춰야 한다.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신뢰가 동반되지 않고서는 수주가 불가능한 이유다.

해양플랜트의 원조는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1976년부터 고정식 해양플랜트를 시작으로 FPU(부유식 생산설비), FSO(부유식 저장설비), 그리고 '해상의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FPSO에 이르기까지 해양플랜트 시장을 선도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그간 전 세계에서 발주된 200만배럴 이상 초대형 FPSO 11척 중 7척을 수주했다.

드릴십과 LNG-FPSO에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드릴십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회사명에 '해양'을 추가,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했다. 이미 지난해 3척의 드릴십을 수주한 STX조선해양은 플랜트 설계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STX유럽과 공조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07년 말 세계 최대인 21억달러 규모의 FPSO를 수주하는 등 반잠수식 시추선(리그선)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해양플랜트 발주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날 발표된 페트로브라스의 프로젝트 외에도 로열 더치 쉘의 LNG-FPSO, 호주 고르곤 가스개발, 그리고 엑슨모빌 해양개발 등의 발주가 대기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바르바사 CFO는 "조만간 시추선 7척과 FPSO 8척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혀 해갈의 단비가 머지않아 내릴 것임을 예고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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