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펼친 남미 적대국 정상과의 '악수외교'가 해외언론의 호평을 받은 반면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은 반미 지도자에 '지나치게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19일 끝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공손한 대화를 한다고 해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국내 비판을 반박했다.
공화당의 존 엔선 상원의원은 차베스를 지칭해 "세계에서 가장 극렬한 반미지도자 중 한 사람과 농담하고 웃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오바마를 비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악마"로 비유하기도 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ㆍ사우스 캐롤라이나)은 "쿠바 정부가 미국과 대화할 수 있으려면 먼저 정치범을 석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면서 쿠바에 대한 오바마의 유화 제스처를 문제 삼았다.
정상회의 개막 연설 때 '동등한 파트너십'을 외쳤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고 자평하면서, 국내 논란을 의식해 자신의 스탠스를 약간 세밀하게 다듬었다. 그는 차베스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쿠바에 대해서는 "쿠바 국민의 자유가 미국 외교정책의 원칙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미국의 좌표이자 북극성"이라고 신중한 모드로 전환했다.
데이비드 액셀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CBS 방송에서 "베네수엘라는 절제되지 않고 전혀 근거 없는 반미선동을 멈춰야 한다. 베네수엘라 지도자의 극렬한 수사는 우려할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거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남미외교에 대한 상반된 분위기는 "오바마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 예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지도자들의 우려를 경청할 줄 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한편으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나라들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