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변호사, 중국은 공학자, 한국은 공무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국제인명사전 '인터내셔널 후스후(International Who's Who)'에 등재된 전세계 정치인 5,000명의 전직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 경영자 출신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고 최신호(4월 18일자)에서 보도했다. 특이한 점은 국가별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 국가의 역사, 문화, 민주주의 발전 정도의 영향"이라고 적었다.
미국은 변호사 출신이 조사 대상 정치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하버드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시라큐스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예일대), 에릭 홀더 법무장관(컬럼비아대), 레온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산타클라라대) 등이 대표적인 로스쿨 출신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여타 국가에서도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 대세였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로 "정의로운 사회, 자유와 통제 사이의 균형 등 법과 정치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며 "증거를 확보하고 배심원에게 호소하며 과정을 조율하는 등 변호사의 직업 기술이 정치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도 하원의 3분의 1이 변호사 출신이며 프랑스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1기 내각 구성원 16명 가운데 9명이 변호사였다.
반면 중국은 공학자 일색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수력발전 전문가였고 그 전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전기공학자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질공학 전문가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무려 8명이 공학자일 정도다. 그 이유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 시절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공학 전공은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었다. 정부가 공산주의 선전용으로 대규모 사업을 벌였기에 공학자 수요가 많았던 것도 한 몫 한다.
한국 역시 특이한 예로 꼽혔는데 공무원 출신 정치인이 유독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가 출신 정치인은 자본주의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태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등 기업가의 정치 진출이 잦았다. 러시아도 마찬가지. 1997년과 2003년 사이 38명의 기업가가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고 이 중 10명이 당선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요즘은 처음부터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졸업 직후 정당의 연구원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한 영국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이 대표적 예다. 영국 언론인 피터 오본은 2007년 발간한 책 '정치 세력의 승리(The Triumph of the Political Class)'에서 "씽크탱크, 정치 컨설팅사, 로비회사 등 준정치기구가 대거 등장해 정치 지망생이 정치를 직업으로 가질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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