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다시 못 할 줄 알았어요. 복귀를 망설인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녹화를 앞두고 이틀 동안 잠을 설쳤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 앞에 서니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KBS 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사바나의 아침' 코너에서 "빰바~야~아"를 외치며 안방의 웃음을 과점했던 개그맨 심현섭이 코미디 무대로 돌아왔다.
심현섭은 18일 밤 11시55분 방송된 MBC '개그야'의 '세계듣기평가대회'와 '가슴팍 도사' 코너에서 엉터리 외국어와 탤런트 신구의 성대모사 등으로 녹슬지 않은 웃음제조기의 기능을 과시했다.
2005년 MBC '웃으면 복이 와요'에 짧게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2003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이후 6년 만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지난 주(4.7%)보다 0.9%포인트 오른 5.6%의 시청률로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심현섭은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에서도 방송사 PD 역으로 작은 웃음을 안겨주었으나 외주제작사 스타맥스 이사 일에 주로 전념하며 코미디와 거리를 두어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왜 안 나오냐'고 물어요. 가슴이 너무 아프죠. 맞선에 나가도 '요즘은 뭐하세요',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라는 질문만 쏟아졌어요."
심현섭은 30대 중ㆍ후반기를 방랑으로 보낸 이유를 자신의 무능력에서 찾았다. 그는 "새로운 개그를 개발하지도 않았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며 회한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바나의 아침'을 할 때는 하루 3시간 꼴로 잤어요. 5분 정도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는데 문자 40개 정도가 액정에 연달아 뜬 적도 있어요. 저는 그런 전성기를 고마워하지도 않고, 총을 자동으로 쏘듯 제 개인기를 드르륵 갈긴 듯해요. 제가 웃기기만 했다면 방송국들이 저를 가만 놔뒀겠어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개콘' 출신 후배 박준형이었다. '세계듣기평가대회'에 정종철과 짝을 맞출 사람은 그밖에 없다며 복귀를 종용했다. 그는 "요즘 활발히 활동하는 1985~88년생 후배들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인의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곳에서 잘리면 갈 곳도 없어요.(웃음)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넘어 공개 코미디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정찬우씨와 저밖에 없으니 더 잘하고도 싶습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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