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가 예상보다 빨리, 가파르게 상승하자 성층권에 가스를 보내 태양광을 차단하자는 계획이 지구 공학자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가 18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 구상이 단순하고 저렴하며 무엇보다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1991년 6월 15일 필리핀 피나투보화산 폭발을 예로 들었다. 당시 쏟아진 화산재가 지구 성층권을 뒤덮었고 그 결과 지구 평균 온도가 0.5도나 떨어졌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주장이다. 온실가스로 최근 100년 동안 상승한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효과다.
물론 문제도 있다. 피나투보 화산재 중 성층권에서 태양광을 차단한 물질이 맹독물질로 알려진 이산화황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화산재의 기온 하강 효과에 주목하고 이를 지구온난화 방지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살피면서도 맹독물질을 성층권에 쏘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기존 노력으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이 방안이 다시 유력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기권 오존층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폴 크뤼천이나,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 국제협력 방안을 게임이론으로 풀어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토마스 셀링 등 학계 거물들이 지지하면서 이 방안은 갈수록 힘으로 얻고 있다.
이들은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줄여야 할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온실가스도 없애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태양광을 막아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용도 중요하다. 현재 유력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거론되는 '탄소흡착 후 지하매설'은 온실가스 흡착에만 매년 1,500억달러가 필요하다. 지구 온도를 더 이상 상승시키지 않을 정도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는 전세계 총생산(GDP)의 1~4%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행기 또는 로켓으로 이산화황을 성층권으로 보내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는 수십억 달러면 충분하다.
이산화황 살포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남반구 오존층의 파괴다. 하지만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오존층의 구멍은 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이산화황 살포 지지자들은 "오존층 구멍이 커질 경우 이산화황 살포를 중지하면 구멍은 즉시 복구된다"고 주장한다. 오존 파괴를 최소화할 대체물질 개발도 멀지 않았다.
영국 왕립학술원은 이미 이산화황 살포를 연구과제로 채택, 구체적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 국립학술원도 6월에 구체적 실행계획에 대한 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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