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은행과 증권사, 생명보험사들의 실적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런 가운데 유독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냈다. 지난해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손보업계 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이다.
20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최근 2008회계연도 결산 이사회를 열고 5,967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확정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2006년 순익 3,412억원, 2007년 4,738억원에 이어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에도 고속성장 가도를 이어갔다. 또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계열사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의 순익 규모(약 4,500억원 추정)도 추월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자산 규모는 119조원으로, 삼성화재(21조원)에 비해 덩치가 5배 이상 크다.
삼성화재가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해 손보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민영의료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강한 손보업계가 반사이익을 거둔 것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주로 판매하는 변액보험은 주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싸다 보니, 저가의 보장성 보험을 주로 판매해온 손보업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유가 급등으로 자동차 사고율이 낮아지면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자동차보험 부문도 손익이 개선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6년 만에 최저치인 69.8%를 기록, 전년보다 3%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비중은 28% 정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만으로 삼성화재가 월등히 좋은 실적을 거둔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보험ㆍ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수익은 삼성화재를 제외하곤 대부분 예년과 같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대다수 손보사가 보험영업은 호조를 보인 반면, 자산운용에서는 손실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의 경우 국내 주식이나 해외 유가증권 투자,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보험 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본 경우가 많다.
삼성화재의 독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화재는 투자 대상이 거의 국고채에 한정될 정도로 보수적 투자성향을 보인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조선사 RG보험 건수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에 비해 영세한 다른 손보사와는 달리, 삼성화재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이 위기에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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