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접촉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첫 남북 대화다. 그 동안 군사 분야나 6자회담 차원에서 남북 간 대화가 있긴 했지만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으로 주제를 한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대북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는 찬밥 신세였다. 인수위 시절에는 통일부 폐지론이 거론될 정도였고 정부 출범 후에도 통일부는 존재 의미가 미미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북한이 김태영 합참의장의 '핵시설 선제 타격 가능성'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남측 상주 당국자 철수를 요구하고 남측 당국자의 북한 방문을 막은 이후 1년 동안은 대화 중단으로 주요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해 통일부가 진상 조사를 위한 남북 접촉을 제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북한의 무시였다. 9월과 10월 판문점에서 각각 북핵 경제ㆍ에너지 지원 관련 남북 실무 협의와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있긴 했지만 그때도 주도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가 했다. 특히 9월 협의에선 북한이 6자회담 차원의 대북 지원 문제를 제기해 이를 논의하는 게 중심이었고, 10월 회담 땐 북한이 대북 전단지(삐라) 살포를 따지기 위해 대화를 제의했던 터라 본격적 남북관계는 논의되지 못했다.
게다가 11월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시작하면서 남북 간 판문점 직통 채널까지 단절됐다. 통일부의 모든 대북 접촉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단 남북 당국 접촉이 재개된다는 그 자체로 통일부는 활기를 띠고 있다. 현인택 장관을 비롯해 주요 간부와 직원들이 주말인 18, 19일 대부분 출근해 대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과거 대북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북한을 '요리하러' 나가던 회담과 180도 달라진 환경이 통일부에겐 부담이다. 개성공단 폐쇄나 억류 직원 석방 협상 등에서 북한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민 신변 안전과 개성공단 안정적 발전에 최대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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