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각자의 입장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은 "4ㆍ29 재보선용 편파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매일 계속되는 검찰 브리핑이 오히려 노 전 대통령 측에 방어기회를 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구명 대책회의' 참석 후 여름휴가 중인 이 대통령을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 회장은 여권실세에 대한 박연차 회장 구명 로비의혹의 핵심인물로, 미묘한 시점에 대통령을 면담해 논란이 예상된다.
부평선대위 대변인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보된 사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6~30일 휴가 때 천 회장과 함께 있었다"며 "청와대는 즉각 해명하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 시기가 박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되고 천 회장과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책회의를 가진 직후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당시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중대사안이 잇따랐던 터라 휴가지에서 이 대통령이 천 회장을 만났다면 그 사안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4박5일간 경남 저도의 해군 휴양지에서 보냈다. 최 의원은 "박연차 게이트가 아니고 천신일 게이트"라며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휴가 때 이 대통령은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여러 지인들을 만났다. 천 회장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천 회장의 10억원 수수설, 당비 30억원 대납설, 기획 출국설 등 현 정권 관련 3대 의혹을 거론하면서 "현직 대통령도 수사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천 회장은 조사대상이지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아니다'는 홍준표 원내대표 발언을 들어 "여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검찰이 중간발표를 안 하면서 매일매일 브리핑하고 노 전 대통령도 인터넷에서 자기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면서 "이런 수사 방식을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전직 대통령과 검찰 간 문답이 매일 왔다갔다 하니까 자꾸 뒤집히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대표의 비판은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지 못한 채 끌려다닌다는 당내 인식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또 "검찰이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되는데 이래 수사하라, 구속하라 마라 한다"면서 "정치권은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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