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럼 아는 사람이 전화하지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겠어!"
'버럭 여사' 이경실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 지인에게 전화해 문제를 맞추는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 코너'에서 이경실은 상대방이 "당신 누구냐"며 화를 냈지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냈다. 안하무인 격으로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이경실의 말에 출연자와 방청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ㆍ담백ㆍ발랄한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들이 입담을 과시하는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의 녹화 현장을 17일 찾았다. 녹화시간은 한 회당 4시간. 실제 방송분 1시간을 위해 출연자들이 4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줌마테이너들의 즐거운 수다로 쉴새없이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의 녹화현장도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유쾌할까?
역시 아줌마들의 입담은 대단했다. 툭툭 던지듯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방청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저렇게 재미있는 4시간 녹화분 중 3시간을 잘라내는 일이 꽤 고민스러운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부끄러움은 없다
아줌마는 역시 용감했다. '주부 기초상식 퀴즈' 코너에서 골룸 연기 시범을 부탁받은 조혜련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골룸! 골룸! 마이 프레셔~스 헤에에에에~"를 거침없이 외친다. 함께 출연한 남편에게 같은 것을 부탁하자 그는 쑥스러워하며 몸을 사린다. 아무래도 너무 약해 편집에서 잘릴 것만 같다. 아저씨는 아줌마보다 덜 용감한걸까.
앞자리에 앉은 레이싱 모델 출신의 김시향에게도 골룸 연기를 부탁하지만 그는 옆자리의 '자칭 여신' 카라의 박규리를 가리키며 "전 여신이 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라며 뺀다. 그래도 해보라는 주위의 압박에 억지로 해보지만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역시 편집될 듯.
임예진에게 바통이 넘어가자 왕년의 미녀 청춘스타였던 그는 최선을 다해 "골룸! 골룸!"을 외친다. 비록 약해서 "분위기 좋았는데"라는 핀잔을 들었을망정, 그는 빼지 않았다.
■ 야한 이야기, 아슬아슬
야한 이야기도 아줌마들의 수다 메뉴에서 빠지지 않았다. 조혜련의 남편에게 조혜련이 신혼 첫날 밤 무슨 색 잠옷을 입었느냐고 묻자 그는 "살색!"이라고 대답해 좌중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한 탓에 그는 "방송 오래한 아내를 뒀으면 알아서 심의해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조혜련은 한술 더 떠 "안 입어도 될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해 역시 그가 '철면피' 아줌마임을 느끼게 해줬다. 그러자 옆에서 박미선도 "첫날밤에 잠옷이 뭐 필요해요. 에덴이죠 뭐"라고 거든다.
그나마 이번 녹화엔 '어린 친구'(미혼)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야한 얘기를 적게 한 것이란다. 비록 심야시간대(밤 10시35분)로 옮겼지만 함께 보는 가족 시청자가 많기 때문에 정리 멘트가 없으면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잘린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저씨와 달리 아줌마들이 말하는 야한 이야기는 생활 속의 작은 에피소드를 듣는 느낌이라 불쾌한 느낌은 없다.
■ 선배가 더 망가진다
프로그램의 백미, '댄스 퀴즈'에선 아줌마 출연자들의 막춤이 이어졌다. 이날 주어진 미션은 가수 비의 노래 '잇츠 레이닝'(It's Raining) 중 '다시 올라선 무대 조명이 날 비추면 난 조금씩, 스읍~파 스읍~파~' 부분을 추는 것.
박미선, 양희은, 조형기 등 출연자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가며 정제되지 않은 막춤을 선보였다. '스읍~파 스읍~파' 부분을 코믹한 표정과 함께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광버스를 타고 춤추는 아줌마, 아저씨들을 연상시켰다.
최연장자인 선우용녀도 근엄함을 버리고 누구보다도 더 많이 망가지며 웃기는 춤을 춘다. 촬영장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선우용녀는 "놀 때는 화끈하게 놀아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즐겁다"면서 "이 자리에서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놀며 권위의식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세바퀴의 작가 이지영씨는 "선배들이 많아 처음에는 출연을 꺼리는 게스트도 있지만 막상 녹화를 하고 가면 너무 재미있다며 또 불러달라고 조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 아줌마 선배들이 드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선배들이 먼저 망가지면서 후배들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줘 제작진으로서는 무척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 말대로 줌마테이너들은 녹화 현장에서 이야기를 독점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말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실제 방송에서 줌마테이너들의 출연분이 많이 나오는 것은 그들이 드세서가 아니라 몸을 던져 '뻔뻔하게' 방송을 한 덕분이라고 한 제작진이 귀띔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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